죽이는 한마디 - 시장이 거부할 수 없는 컨셉 카피의 8가지 원리
탁정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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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에게는 한마디가 恨마디가 되곤 한다. 글로 돈을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안다. 한마디가 어떻게 나오는지. 한 문장이 어떻게 살게 되는지. 하지만, 그 한마디를 읽는 사람은, 사는 사람은 잘 모른다. 

2년 반 전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카피라이터 과정을 수강했다. 거기서 만난 분이 탁정언 선생님이다. 광고에 대한 여러 가지 과정을 듣긴 했지만, 탁 선생님처럼 핵심을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모두들 자신의 노하우를 숨기려고 급급했지 자세하게 까발려 전수해 줄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광고연구원에서도 수많은 선생님을 만났지만, 대부분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예를 보여주며, 자랑을 할 뿐이었지 카피에 대해 정확한 개념과 쓰는 법을 알려주는 선생님은 드물었다. 그만큼 광고계가 치열하기 때문이리라. 자신들의 노하우를 어린 녀석들에게 공개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하지만 탁 선생님은 달랐다. 2달, 1주일에 한 번씩 듣는 강의는 새로웠다. 실전이었고, 현실이었다. 매번 숙제를 내주셨고, 카피에 대한 평을 해주셨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남의 사업 말아먹을 일 있느냐고 뼈있는 농담도 하셨고, 그런 카피를 쓴다면 큰일 난다고 조언도 해주셨다. 다른 사람들의 카피를 들으며, 어떤 카피가 좋은 카피고 어떤 카피가 끔찍한 카피인지 정확하게 배울 수 있었다. 원리만 안다면, 공부만 한다면 누구나 쓸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죽이는 한마디'는 그 강의의 집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만에 2년 반 전에 배운 것들을 복습할 수 있었다. 다시 읽다 보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원리들을 다시 새길 수 있었다. 카피뿐만 아니다. 제대로 된 컨셉만 세운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교훈도 담겨 있다.

선생님께서 소개한 단정의 원리, 치환의 원리, 충돌의 원리, 인접의 원리, 반전의 원리, 부정의 원리, 의미부여의 원리, 영어 짜맞춤의 원리. 모두 우리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원리들이다. 한마디의 힘. 그것은 원리의 결합이었다. 선생님의 경험으로 설명되는 한마디들은 더 확실하게 와 닿는다. 

눈에 훤히 보이는 카피가 좋은 카피라고 했던 선생님. 명확하게 상상이 되는 카피가 사람을 잡아끈다는 말씀. 다시 읽고 나니 두고두고 봐야할 명저이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은 죽이는 한마디를 하고 싶어 한다. 한마디 때문에 사람들 마음속에 두고두고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한마디 때문에 두고두고 기억되는 제품이 있다. 한마디를 만들어내는 원리. 그 원리를 배운다면,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한다면 사람을 잡아끄는 힘을 가질 것이다.

내 꿈을 다시 한 번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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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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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스릴러, 미스터리가 혼합된 장르의 책. 뭐랄까 읽으면서 내내 이 피튀기는 이야기를 어떻게 소화해야할지 두려웠다고 할까?

항설백물어는 일본에서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와 사건 해결과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천천히 밝혀지는 기담의 진실은, 현실에서는 좀 다르다. 기담이 진실로 포장되기도 하고 진실이 기담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어쨌든 결국,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 처단해야 할 사람들을 기담과 연결시켜 해결해 내는 것. 그러므로 정말 기이한 것은 인간사인 것 같다.

비 내리는 밤 계곡에서 들려오는 팥 이는 소리, 스님으로 둔갑해 오십 년을 살아온 여우, 인간으로 변신해 살아가다 개에게 물려 죽은 너구리, 살인을 저지르는 버드나무의 저주, 계속 나타나는 의문 가득한 썩은 송장, 주인에게 잡아 먹히고 집으로 찾아오는 말의 영혼. 이 이야기들은 기담처럼 떠돌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모티브가 된다.

기담과 현실 속의 사건 모두 잔인하다. 살인을 일삼는 자. 사연도 가지가지. 사악한 마음이 어둠에 빠져 사람을 죽이는 것을 일상으로 삼아 피 튀기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행사 마타이치와 요염하고 똑똑한 여자 인형사 요긴, 수완있는 신탁자 지헤이, 괴담을 수집하는 모모스케 이들은 적재적소에 배치되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처단해야 할 자들에게 슬쩍 기담을 흘리며 밑밥을 던지고, 교모하게 파놓은 심리적 함정에서 헛점을 드러내게 한다. 결국, 자신의 죄에 자신이 빠져 죽게 되는 셈이다. 결국, 기묘한 요괴의 이야기보다 더 잔인한 것은 인간의 사악한 마음과 악귀라는 것. 기이하고 잔인한 이야기보다 인간이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인면수심의 살인들이 그런 기이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사건의 전개와 모티브로 한 이야기들을 활용하는 방법, 관계 형성 등 사건을 풀어나가는 작가의 재치와 이야기 구성이 재밌다. 인간사 결국, 악한 이들은 그 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법. 허무한 인생사에 대한 의미도 돌아볼 수 있다.

작가 교고쿠 나쓰히코의 마니아들이 많다고 한다. 처음 접해보는 그의 이야기였지만, 읽고나서 마음이 아팠다고 할까? 잔인한 살인귀들이 저지른 행동과 그 살인귀들을 처단하는 또 잔인한 해결이 재밌는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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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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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서 산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많은 것이 바뀌고 빠르고, 융통성 없는 고향이 되어 있다면 헛! 그거야 말로 심신이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국에서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 온 빌브라이슨. 변해버린 도시와 새로운 문화에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다. 인간미는 떨어지고, 상업화되어 버린 미국에서 그가 찾는 것은 무엇일까? 

화난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싸우지 않는다. 유연하게 대처하고 웃는 얼굴로 말하지만, 그 속에 담긴 뼈있는 행동과 생각들. 재밌게 꼬집고, 즐겁게 비판하고 칭찬할 것은 칭찬한다.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곤욕스러운 것은 터무니없는 요리 이름이다. 뭔가 있어보이기 위해 꾸며놓은 것 같지만, 요리 하나 먹자고 치뤄야 하는 과정들이 너무 힘들다. 동네 카페에 가서 좌석 안내를 받지 않고 맘대로 자리에 가서 앉았다. 좌석 담당 매니저는 자리를 안내할 때까지 기다렸어야 하지 않겠냐고 훈계한다. 규칙화된 사회. 융통성 없는 사회. 

비행기에 탑승하고 가족들의 좌석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는 걸 알았다. 스튜어디스에게 2살, 4살 난 어린 아이들과 같이 앉아 있을 수 있도록, 자리를 바꿔줄 수 있냐고 묻는다. 규정상 절대 안 된단다. 어린 아이들을 따로 따로 혼자 앉힐 수밖에 없단다. 결국, 아내가 아이들을 위해 자리를 찾아 나선다. 다음번에는 탑승권을 잘 확인하고 탑승하라는 스튜디어스 말에 이젠 이용할 일이 없을 거라는 것과 칼럼에 이 사건을 싣겠다고 말한다. 유머스럽게 그는 항공사가 어디였는지를 밝힌다.
 
정크 푸드가 일상화 되어 있고,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의 홍수, 필요하지 않는 것들을 사대는 사람들. 볼보에서 컵홀더가 없는 자동차를 출시하는 바람에 자동차 내부 디자인을 바꿔야 했던 사건, 정부기관이라는 CIA, FBI의 어이없는 실수와 행동들,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죽을까봐 걱정하면서 운전할 때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집 안에 총기를 아무렇게나 놔두는 사람들. 자동차 렌트와 세금 신고서의 복잡한 과정 등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어떤 사회든 맹점은 있기 마련이다. 비판이 비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행동과 생각을 변화시킨다면 그 비판은 비판다운 비판이 될 것이다. 빌 브라이슨처럼 유쾌하고 재미있게 사회를 비판한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심각한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을
빌 브라이슨을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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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어떤 얼굴로 먹고 있을까?
헴미 요 지음, 최성현 옮김 / 삼신각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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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영숙 씨 말대로 왜 이렇게 좋은책은 빨리 절판되어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영숙 씨의 말에 따르면, 이 좋은 책이 출판사에 재고로 7,000권쯤 쌓여 있다는데 그래서 중고 시장을 뒤져 샀다고 하는데. 읽는 내내 마음이 경건해지고 나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기자의 눈으로 찾은 세계 곳곳에 식(食).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기억이 잠재되어 있고 문화가 숨쉬고 있는 식(食)에는 미각을 사로잡는 달콤함과 넘쳐 흐르는 폭식은 없다.
식에는 삶의 아픔이 가득차서, 그것이 맛있는 것인지 맛없는 것인지 자각하지 못한 채 생존과 삶을 지탱하는 하나의 의식이 되어 버렸다. 

방글라데시에서, 구 유고에서, 소말리아에서, 체르노빌에서, 한국에서...

음식찌꺼기를 먹는 사람들, 인건비보다 비싼 고양이용 통조림을 만드는 사람들, 인육, 네스카페에 팬이 되어버린 필리핀 원주민, 경제발전과 먹는 속도의 상관관계, 독일에서 팔리는 터키 음식 도나 케바프, 공연을 위해 먹지 않는 서커스 단원, 우간다의 에이즈 환자들의 고립된 식사, 러시아 군인들의 죽을만큼 배고픈 식사, 위안부 할머니들의 잊혀지지 않는 삶, 잊혀지지 않는 맛 등.

그가 찾아다닌 식(食)은 유희가 아니라, 생존이었고, 고통이었고, 강제였고, 억지였고, 슬픔이었고, 발버둥이었다. 묻는 이도 고통스럽고, 대답하는 이도 힘든. 밥통의 자유가 없는 세상. 진실된 눈으로 보고자 했기에, 진실을 글로 옮겼기에, 더 아팠고 쓰렸다.

잔반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잔반을 먹으며 생존하는 사람들에겐 먹다 버린 음식들은 돈이고 희망이다. 개발에 미친 국가들에서 버려지는 음식들은 굶주리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양보다 차고 넘친다. 일본으로 팔리는 고양이 사료용 통조림은 제조 공장 노동자 월수입의 1/3. 노동자가 먹는 밥은 최고급 통조림보다 못하다.
군인들의 밥을 팔아 돈을 챙기는 러시아 관료들 덕분에! 군인들이 사망하기까지 이르렀으나, 변함없이 시중에는 군인들의 밥이 돌아다닌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거리로 나와 첼로를 켜는 어린 소녀. 그녀의 어머니는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고기를 먹기위한 몸부림. 손이 곱은 소녀는 누가 알아볼까봐 슬프다.
위안부 할머니가 일본으로 끌려가던 날 배 안에서 먹다가 빼앗긴 찹살떡. 연행 도중,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가케 우동. 한을 품은 할머니들이 눈물을 삼키며 먹는 밥.

15년이 넘은 이야기들이다. 작가가 발품을 팔아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느낀 식(食) 이야기.
진기한 식사처럼 보여도 이 세상에 진기한 식사가 하나도 없다는 작가. 그것을 먹고 있는데 충분한 이유와, 먹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에 관한 사연이 있단다. 보이지 않는 먹거리는 기억. 그 기억을 주인으로부터 나누어 받아 먹은 것도 있다.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고, 상상의 목구멍에서도 꽉 막혀 넘어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먹는다'는 '산다', '살았다', '살아야 한다'가 혼합된 처절한 행위이다.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세계 어딘가에서 먹기 위해,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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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 한 장 - 사랑하는 나의 가족, 친구에게 보내는 작별인사
베아테 라코타 글, 발터 셸스 사진,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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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뇔커는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병원을 나선다. 그전에 그는 루트 글란더에게 코트찬이 죽기 2주 전인 1월의 어느 하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날은 밤새도록 함박눈이 내렸다. 뇔커는 병원 문 앞에서 솜처럼 하얀 눈을 뭉쳐 큰 눈덩이를 만든 다음 허겁지겁 뛰어서 코트찬의 병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눈이 서서히 녹아 물이 되는 걸 지켜보며 물이 다시 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는 이런 변화에 큰 관심을 보였죠."
뇔커가 그날 일을 회상한다.
"사라지는 것은 없다는 깨달음이었을 거예요."
220p <마지막 사진 한 장> 中

"당신의 삶이 한 달쯤 남았습니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한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며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상상해보지 않았고,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온다.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베아테 라코타와 발터 셀스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죽을 준비를 하러 호스피스를 찾아 들어온 사람들의 生과 死를 찍는 것이다. 살아있었던 순간과 죽고 난 순간의 얼굴을 담았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묶여 이 책이 나왔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후회한다. 해왔던 일보다, 해보고 싶은 일이 아직 더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의 삶을 내일이 없을 것처럼 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나중에, 나중에를 읊조리지만, 죽음이 찾아왔을 때는 '나중에'는 없다. 오늘이라도 죽을지 모르는 시간만 있을 뿐.

어제 <그레이 아나토미 6>-4화를 보고 있는데, 이런 에피소드가 나왔다.  


82세의 노인이 닥터 슬론(성형외과 의사)에게 음경 보형물 시술을 하고 싶다고 찾아온다. 발기가 되지 않는 남자에게 발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적인 시술이었다. 
아들은 반대한다. 나이가 많아 위험하다고 길길이 날뛰며, 그런 시술에 남은 예금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노인은 화를 낸다. 나이가 들었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자고 싶은 욕망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고생해서 모은 돈을 쓰고 싶을 때, 내 행복을 위해 쓸 권리가 있다며 싸운다. 아들과 며느리가 양로원에 있으니,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다며 집으로 다시 모시고 들어가겠다는 말까지 한다. 노인과 자식은 냉랭하다.
닥터 슬론과 단둘이 있게 된 노인은 이런 말을 한다.


"애들은 이런 게 다 부질없다고 생각한다우. 난 정말 이 수술이 필요해요.
어느 날 일어나보면 모든 일들이, 졸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갖고
손자를 갖는 그런 큰일들이 다 지나갑니다.
다 끝나는 거죠.
남는 것은 다 옛일들이고 미래는 얼마 남지 않아요.
내 아내가 죽고 20년까지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기 싫었소.
그러다 어느 날, 어느 날 밤 빙고 탁자에 앉았지.
매리언과 함께 말이오.
그녀가 내 미래라오."


그는 살아온 날보다 살 수 있는 날이 더 적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기 때문에, 용기를 낸다. 비록, 내일 죽게 될지라도 오늘이 행복하다면 상관없다. 삶은 그런 것이겠지?

<마지막 사진 한 장>에 등장한 많은 사람이, 삶을 안타까워한다. 평생 고생만 한 사람도 있고, 가족들과 화목하게 지내지 못했던 사람들도 있다. 일만 하다가 인생을 돌아보지 못한 사람도 있고, 채 펴지도 못하고 죽는 아이도 있다. 자신의 존재를 잊어가며 죽어가거나, 피를 토하고, 먹지 못하고, 숨 쉬는 것도 힘들고, 의식이 없이 죽어간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자식과 화해하고, 헤어진 남편과 화해한다. 나를 용서하고, 타인을 용서한다. 며칠의 시간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기도 하고, 자신을 잊어버리며 죽고 싶지 않아 죽음을 빨리 부르기도 한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남은 시간을 살고, 추억하고, 기억한다.

영혼이 사라진 후, 육체만 남게 된 사진에는 경건함이 느껴진다. 한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온 마지막, 고통의 시간도 편안하게 마무리된다.
삶과 죽음, 죽음과 삶.
그들이 또 한 번 원하는 삶을 나는 살고 있다. 그것을 고맙게 여겨야 할 것이다.
그들은 기적적으로 살게 된다면, 하고 싶은 일들을 수도 없이 말했다. 하지만,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죽는 순간까지 살려고 살았지, 죽으려고 살지는 않았다.
그 순간과 사연들이 살게 될 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았다.
살아갈 자들은 죽어가는 자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그들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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