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에는 아르코 대극장에서 '카리브해 음악과의 만남'의 일환으로 무대에 올린 이윤정 안무의 <아바나行 간이열차: 여섯을 위한 삼중주> 공연을 마쳤다. 기억에 오래 남을 좋은 공연, 소중한 작업이었다(함께 하는 사람들이 즐거우면, 그 공연의 과정도, 결과도, 모두 아름답다... 함께 한 그 모든 사람들에게 내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건넨다). 이번에는 나름 '무용수'로 데뷔까지 했으니, 다음에는 연재만화를 구상해볼까...?

최근, 나와는 상극인 '여름의 위력'이 더해져, 나날이 지쳐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와중에 지난 주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랑시에르의 철학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인문학의 위기'가 인구에 회자된 지가 이미 오래인데, 그날 무더운 한여름의 열기를 압도했던 청중들께 실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된다(강연을 기획해주시고 항상 많은 영감과 용기를 주시는 네이버 블로그의 조염님, '동네 주민'의 자격으로 반가운 '깜짝 방문'을 해주신 알라딘 서재의 열매님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어쨌거나, 살인적인 스케쥴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오늘은 싱가포르로 공연 여행을 떠난다(개인적으로는 17년만의 싱가포르 방문이다).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 극장에서의 공연 일정이 잡혀 있기 때문인데, 8월 7일과 8일 양일간 람혼이 Theatre Studio 무대에 선다.

http://www.esplanade.com/whats_on/programme_info/several_questions_and_qa/index.jsp

 
올해만도 벌써 세 번째 해외 공연이다. 미처 다 처리하고 가지 못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고, 다녀와서는 아마도 그 모든 '미제(謎題)'들에 다시금 매달려야 하겠지만, 공연을 위해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관객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 새로운 인연들은, 나에게 다시금 새로운 길들을 보여주었고, 또한 그 길들을 통해서 다시금 내게 새로운 만남들을 예고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또 다시, 이제껏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떠난다. 설렌다.

ㅡ 襤魂, 白.

 

추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8월 22일과 23일 양일간의 공연이 잡혀 있다. 22일에는 산울림 소극장에서 김온 작가님과의 미술-음악 협업(collaboration) 공연이, 이어서 23일에는 밴드 레나타 수이사이드(Renata Suicide)의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이 있는 것. 말하자면, 이번 달도 공연 복이 터진 것이다. 하여, 광고 한 자락 남기면서, 일람과 방문을 권커니 잣거니, 종용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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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8-04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시고, 공연도 잘 마치시길 바랍니다.

람혼 2009-08-13 21:46   좋아요 0 | URL
응원해주신 덕분에 공연 성공적으로 잘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돌아오니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로군요! 흐흑...ㅠㅠ
그나저나... 다락방님!!
너무 감사합니다!!! ^^

로쟈 2009-08-0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용수'는 언제 또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나저나 부럽습니다. 멋진 공연과 여행이 되시길!^^

람혼 2009-08-13 21:47   좋아요 0 | URL
글쎄요, 언제가 될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조만간 다시 한 번 다른 방식으로 월경(越境)을 시도해보겠습니다.^^ 격려해주신 덕분에 이번에도 소중한 공연/여행의 시간이었습니다. 로쟈님 뵌 지가 좀 오래된 느낌인데, 빠른 시간 안에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9-08-04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3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바다 2009-08-04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 공연에 철학 강연에 정말 바쁘게 사시는 군요^^ 한 가지도 제대로 해내기 힘들 것 같은데 대단하십니다^^ 싱가포르에서 즐거운 여행과 공연 되시길 기원합니다.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8월 22일이나 23일 공연장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람혼 2009-08-13 21:49   좋아요 0 | URL
사랑하는 일들을 하나도 놓치기 싫은 욕망 또는 욕심의 발로일 뿐, 모든 일들을 '제대로' 해내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도 격려하고 응원해주시니 많은 힘을 얻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푸른바다님.^^
22일은 미술가 김온님과 함께 하는 협업 공연(산울림 소극장)입니다. 시간 예술로서의 에크리튀르와 즉흥 연주가 함께 만나는 흔치 않은 경험이 될 거라 감히 장담해봅니다(개인적으로 김온 작가님의 작업을 아주 좋아합니다). 23일에는 제가 몸 담고 있는 밴드 레나타 수이사이드(Renata Suicide)의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신촌 긱라이브하우스)이 잡혀 있습니다. 두 공연 모두 일정이 가까워지면 따로 공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파란여우 2009-08-0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람혼님의 열정적 무용을 언젠가는 볼 수 있겠죠?^^ 잘 다녀오십시요

람혼 2009-08-13 21:55   좋아요 0 | URL
저 또한 다시 무용수(?)로 무대에 설 날이 빠른 시일 안에 왔으면 합니다.^^
걱정해주신 덕분에 공연 성공적으로 마치고 잘 다녀왔답니다.
감사합니다, 파란여우님.^^

가시장미 2009-08-05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람혼님.. 정말 멋지게 사시는 분이군요! :)
행복한 공연,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람혼 2009-08-13 21:56   좋아요 0 | URL
저도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지만... 그런 희망을 갖고 살고 있기는 합니다.^^;
기원해주신 덕분에 좋은 공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가시장미님!

재灰 2009-08-05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무용이 궁금합니다.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람혼 2009-08-13 21:57   좋아요 0 | URL
하하, 어쩌면 '무용(無用)의 무용(舞踊)'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염려해주신 덕분에 몸 건강히 잘 다녀왔습니다. 감사드려요, 內外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