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유의 악보』 이후 거의 10년만에 출간하는 저의 두 번째 저서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 ― 미학의 전장, 정치의 지도』(문학동네, 2020)가 지난 주에 드디어 세상에 나왔고, 이번 주부터 여러 도서 구입 사이트와 전국의 오프라인 서점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지난 2000-2010년대, 우리가 '우리'의 동시대, 혹은 '포스트모던'의 시기라고 부르는 시간 동안 우리에게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을 '미학-정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넓게 말하자면, '우리'라는 이름의 주체가 사는 현재, 그 시간의 로고스(logos)와 에토스(ethos)를 구성하는 건, 다름 아닌 바로 지금 우리가 위치한 파토스(pathos)와 아이스테시스(aisthesis)의 지도라는 것을,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보완적이면서도 동시에 길항적인 작용을 통해 '보여'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저의 첫 책이 텍스트의 구조와 구조적 음악성 사이에서 '사유의 악보'라는 길 없는 길을 내고자 했다면, 저의 새 책은 바로 그 길 없음(aporia)로부터 다시 출발하여, 텍스트의 진정성/허구성과 이미지의 현시성/환시성 사이에서 '미학-정치의 지도'를 제작하고자 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라고 불리는 동시공간적 공동체가 속해 있고 동시에 벗어나 있는 이 모든 정치-사회-문화적 풍경들의 '불가능한 미학적 지도 제작법'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독자 제현의 많은 관심과 뜻깊은 일독, 차가운 논의와 따뜻한 질정을 기대하면서, 지나온 시간과 나아갈 시간을 위해, 다시 말해 바로 '우리'의 지금-시간(Jetztzeit)을 위해, 저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올립니다.




현재,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등 한국의 여러 도서 구입 사이트에서 이 책의 구입이 가능합니다.




부디 이 책이 지금의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의 삶과 미와 사유와 실천의 조건들과 풍경들을 다시금 '오래된 미래'처럼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새롭고도 깊이 함께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드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굳건히 아름다운 나날들 보내시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 襤魂 최정우, 合掌하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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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 this interview with Angela Davis in 1972.

The situation has never changed, but is getting even worse.

Is this nor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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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ardez cet entretien avec Angela Davis en 1972.

La situation n'a jamais changé, mais s'aggrave encore.

Est-ce que c'est nor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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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에 있었던 앤젤라 데이비스(Angela Davis)와의 이 인터뷰를 보라.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것이 정상적인 일인가?

#angeladavis #blacklivesmatter


https://www.youtube.com/watch?v=HuBqyBE1Ppw&fbclid=IwAR1iFealF_L71jdm2jVG3FL8eW85YjhqInmQiWyDLvcQ-nF0HmNmc6qc6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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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의 자정의 음악실, 사유의 악보,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청취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ramhon.ibl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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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gène Delacroix, "Méphistopélès dans les airs"(Musée national Eugène Delacroix).

 

 

 

Le méphistophélès d'Eugène Delacroix, qui se réjouit de flotter et voleter dans le ciel.
들라크루아(Delacroix)의 악마는 하늘을 즐겁게 부유하듯 날아다닌다.

 

 

단순히 이론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멀리서 어떤 '거리'를 두고 보게 되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어떤 특정한 관계의 상황들이 매우 적확하게 포착되고 명확하게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그런 '적확한 포착과 명확한 정리'라는 관념들마저도 또 다른 환영이자 함정일 수 있다는 점을 역시나 적확하고도 명확하게 느끼고 분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말이다(그리고 오직 이 뒤의 문장만이 가장 중요하며, 이 문장이 없다면 앞의 첫 문장은 결코 그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말을 지어내고 서로 오해하기를 즐기는 것 같다, 그렇게 즐긴다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가장 지질하고 치졸한 생존의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생존의 방식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내게 추호도 없다. 그것은 그저 그들의 호구지책일 뿐이고, 그들도 그렇게나마 어쨌든 살아가야 할 테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문단'이라고 하는 곳은 사실 그러한 부당한 호구지책의 부조리한 구조에 대해 가장 격렬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대항하는 시공간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지질하고 치졸한 구조의 모습을 오히려 가장 격렬하게, 때로는 초과해서 닮으려고 발악하는 시공간이기도 하다(역설적인 것은, 바로 이렇게 역전되고 전이된 부조리함이 또한 많은 이들에게 글쓰기 그 자체를 추동하는 부정성의 힘이 된다는 사실이다). '적확한 포착과 명확한 정리'라는 것, 그것이 일단은 그저 환영이거나 함정이어도 좋다. 복수는 나의 것이기에.

 

Paris에서, 襤魂, 合掌하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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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복음서들이 모두 기록하고 있는 바대로,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마르코 복음서에서만 특별히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수를 세 번 부인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고 슬피 울었다(마태 26, 69-75; 마르 14, 66-72; 루카 22, 54-62; 요한 18, 15-18; 25-27). 공관 복음서들은 물론이고 요한 복음서까지 전하고 있는 이야기이므로 이만큼 개연성이 확실한 전승도 없을 터, 여기서는 충실하면서도 어눌하고 동시에 용감하면서도 나약한 베드로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 가감 없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어제 김재원 새누리당 대변인 내정자가 아버지 박정희를 부인할 수밖에 없는 딸 박근혜의 입장을 저 베드로의 입장에 비유했다. 성경에 대한 지독한 무지의 소치이자 기독교 정신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대변인을 시켰더니 대변(代辯)은 하지 않고 외려 대변(大便, 똥물)을 쏟아붓는 '팀킬'을 한 셈인데, 대변인으로서 당연히 갖추어야 할 수사(rhetoric)의 기본적 능력조차 결여한 저 자가 더 이상 대변인 자리에 있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대변인'은커녕 아예 '원수'가 돼버린 저 자를 향해 '원수마저 사랑하는' 도덕적 완벽함을 기대하기에는 오히려 저 너무나 '기독교적인' 새누리당 무리들이 역설적으로 '기독교 정신'에 가장 완벽하게 무지하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김재원 대변인 내정자의 저 비유의 어법에는 무의식적인 진실이 있다. 구조적으로 봤을 때, 박정희 시대의 반민주적/반인류적 과오를 사과하는 박근혜의 말은, 마치 닭이 울기 전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의 말처럼, 다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었던 완전한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저 대변인의 대변이 매우 '쾌변'스럽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 대변인을 포함하여,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스스로 속으면서 살고 있다. 말하자면, 여전히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루카 23, 34)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 襤魂, 合掌하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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