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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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을 읽었다.

수억년전에 떠나온 빛이 오늘 우리에게 와 닿았다는 비현실적인 공간감을 이야기하는것이 어떤 의미인가 싶어질때가 있다. 우주에서 보면 티끌보다 작디작은 존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빛은 시간을 타고 오늘에 이르렀고
오늘의 빛은 시간을 타고 또 어느날인가에 가닿을 것이다.

인생의 수많은 순간들이 어떤 우주 속에 떠다니고 있을 수도 있겠다. 겹겹이 쌓인 시간의 우주는 그런 이야기들을 다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 광할한 우주의 시간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를 이야기이다.


소설은 지연과 할머니의 만남을 그리면서 자연스레 할머니의 어린시절을 돌아본다. 증조모 이정선 할머니 영옥 엄마 길미선 주인공 지연의 4대에 이르는 이야기이자
각 시대의 곁을 지나온 증조모와 새비의 이야기
조모와 희자의 이야기같은 여자들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기도하다.

백년을 지나오는 동안 갖가지 고난과 역경이 시시때때로 찾아오는데 역사를 되짚을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벼랑끝의 나라 그안에서 꿋꿋하고 지혜로웠던 백성들의 이면을 읽는 고통이 차례로 펼쳐진다.

식민지시절 위안부로 끌려갈 위기를 넘기고 새비아저씨의 징용으로 인한 피폭 광복이후 625와 보도연맹사건 등이 삼천이와 새비의 시간과 맞물리며 헤어짐과 만남을 이어가게한다.

특히 새비아주머니가 삼천에게 보내는 편지들이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데 편지속 삼천아 삼천아 부르는 것만으로도 마치 내가 삼천이가 된듯 새비를 너무 그리워하게 되는 환상을 겪는다.

새비는 공산당이라는 누명으로 한순간에 목숨을 잃은 오빠때문에 가족이 몰살할수 있다는 말로 시댁에서도 내쳐진다. 피난 가게 된 대구의 고모댁을 가기전 머무를 곳이 없어 딸과 함께 삼천을 찾아 오는데 남편이 같은 이유로 가족에 위험할 수 있다며 머물수 없게 해 같이 있어 주지 못 함을 평생 후회하게 된다. 그 역시도 새비는 삼천을 이해하며 피난길에 오른다.

백정의 딸이라는 신분의 벽을 없애준 삼천의 동무 새비
맛있는걸 맛있게 먹으며 맛있다고 얘기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을때 그 말을 건네며 옆에 나란히 앉아준 사람. 누구보다 날 위해서 널 안 굶게 할거야 다짐을 하게 했던 친구.

편지가 이들의 이야기를 현실로 갖고오는 중요한 도구인데
글이라는것이 힘이 세다는걸 다시 느끼는 순간었다.
백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 이렇게 한순간이라니. 편지글은 마법의 주문이 되어 현실의 지연을 증조모곁으로 데려간다. 새비도 살아있고 삼천이 할머니도 영옥이 할머니도 웃으며 공놀이 하는 바닷가.

증조모와 조모 엄마가 살아온 시대와는 또다른 힘듦을 겪고있는 지연이지만 이혼한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엄마와의 관계에서도 삼천이 할머니 영옥할머니의 이야기로 어떤 위로와 힘을 받는 것 같았다. 살아갈 수 있는 힘.

그렇고 그런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최은영의 글에는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글들이 구석마다 있다. 아무리 못들어오게 해도 읽는순간 빗장을 풀게되는 그런 선함이 배인 글.

어쩌면 이러한 모든 글들이 우주에 기억되고 저장되고 있을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읽히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다면 누구의 말처럼 그 광할한 우주공간이라는것이 엄청난 낭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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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6-06 0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증조모 삼천과 새비 아주머님의 이야기가 인상깊었어요. 우주와 이야기를 이렇게 연결 지으시다니 감탄했습니다. 주말 밤 좋은 리뷰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ingri 2022-06-06 05:51   좋아요 2 | URL
삼천이 새비 이런 친구가 가능하다니 싶다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6-06 1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ingri님의 리뷰를 읽으니 저도 이 책 읽었던 생각이 나네요. 최은영 작가누 선함이 배인 글이라는게 딱 맞는 표현 같아요 ^^

singri 2022-06-06 11:16   좋아요 2 | URL
드라마 도깨비를 최근에 다시 몇편봤는데 누군가 어깨를 내주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순간이 신이 머물다가는때라 하더라구요.
마침 책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기도해서 생각이 났어요.굳이 그런 이유를 찾지않아도
작가님 책의 바닥에는 그런것들이 쌓여있는게 느껴집니다.

mini74 2022-06-06 10: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삼천과 새비의 관계가 부러웠고 그 다정함이 좋았어요 *^^*

singri 2022-06-06 11:25   좋아요 2 | URL
아무것 재지 않고 스스럼없이 속을 다 내줄수 있는 관계를 읽다보니 내가 삼천이나 새비같이 그런 사람이 될수있나 싶기도하더라구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잘 맞았던거같아요.
 

5월 결산 12권

면역에 관하여와 세계사공부책 강이가 좋았고

정희진 목수정 책은 쏘쏘;;


아무튼시리즈, 안전가옥 시리즈 역시 복불복으로 읽힐꺼라 생각했던거완 달리 읽을때마다 생각했던것보다 훨 좋았어서 이제 믿고 읽어도 될듯하다.

읽다만 소설책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재밌는 소설책을 많이 못만나서 아쉬운 5월이었구나 뭔가 빠진듯했지.

이다혜책은 생각보다 웃겨서 좋았다.진지한데 한번씩 툭툭 이상하게 웃길때가 많아서 유쾌했고 시간상 같이 읽었던 책이 꽤 많았어서 그런 공감도 좋았던 부분이다.

여성주의 책읽기로 읽었던 해러웨이 선언문은 어렵긴 했지만 아 나 진짜 아는게 하나도 없네라는걸 실감하게하면서 더 읽어야겠다라는 도전을 하게 된다.
이게 그럴 일인가싶지만 진짜 바보네 했던거 떠올리면
먼저 읽으라던 ‘도나해러웨이‘ 안 읽은거 급 후회.

소설책보다 철학책
이런말을 쓸 줄이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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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01 1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골고루 다양하게 읽으셨군요 ~ 대단하세요 12권 👍전 아직 소설책이 더 ㅎㅎ

singri 2022-06-01 12:38   좋아요 3 | URL
네 저도요 소설책이 최고야는 늘 가지는 마음입니다ㅎㅎㅎ

철학책은 똑똑해지긴 하지만ㅋ 마음에 드는 소설가 찾는일이 똑똑해지는거보다 훨씬 더 근사하다고 생각해요. ㅋ 어쩔수가 없어요 머리가 안따라가서요

청아 2022-06-01 15: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관통당한 몸>은 여러 에피소드로 나뉜거라 읽기 힘든 부분은 걍 패스하시고 다른걸 읽어보시는것도 방법일거예요.
좋은 책인데 읽는것만으로도 고통인 내용들이 꽤 있어서...😅

저도 지난달은 소설을 많이 못읽었네요. 이다혜 책은 혹시 어떤거 말씀하신거예요?

singri 2022-06-01 17:05   좋아요 3 | URL
이다혜 ‘책 읽기 좋은 날‘요.
관통당한몸 읽어야 합니다 꼭!ㅎ

새파랑 2022-06-01 15: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골고루 읽으셨군요~!! 전 저중에 두권이나 읽었네요 ^^ 6월에는 더 많이 좋은 책들 만나시길 바랍니다~!!

singri 2022-06-01 19:16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결산 보고싶어요 썼다가 보고 오는길
몇권 찜만 해놓습니다.ㅎㅎ
 
[전자책] 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세계사 공부 - 세계사의 흐름이 단숨에 정리된다
신진희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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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는데 다 잊어먹어서 또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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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6-01 0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그래서 공부가 절로 되는 책인가 봅니다^^

singri 2022-06-01 10:20   좋아요 2 | URL
ㅎㅎ네 이책을 일할때 아무 생각없이 듣는책으로 정했는데 감정없는 목소리인데도 이야기 듣는것같고 너무 재밌었어요.

중국왕조나 각 지역별 문명탄생부터 그리스 로마 이쪽이야기를 듣고있으니 읽다말았던 로마인이야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마음 먹었어요. 페르시아제국이 엄청 대단했다는걸 또 다시 알게됐고요 예전 만화에서보면 무찌를 대상이 페르시아였는데 이민족에 관대했던 정치나 문화적으로 다른 나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해서 그런 쪽으로 관련된 책도 읽고싶어졌다니까요.ㅎㅎ
 

한페이지 지나 또 한페이지
멈춰 읽는다.

최은영을 읽는 긴 밤 .

 나는 떠나야 해.
그날 밤 내내 증조모는 잠들지 못하고 고조모를 안고 있었다.
어마이, 누군가 어마이를 돌보러 온다 기랬어. 아니, 기러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도 어마이를 돌보지 않는다고 해도 내는 어쩔 수가 없어. 기래, 내는 벌을 받겠지. 아마 평생 벌을 받겠지만 어쩔 수 없어. 어마이 내는 군인들을 따라갈 수 없어. 어마이. 어마이. 우리는 이제 다시 볼 수 없십니다.… - P44

열일곱은 그런 나이가 아니다. 군인들에게 잡혀갈까봐 두려워하며잠들지 못하는 나이, 아침마다 옥수수를 삶아 한 광주리를 이고 팔러다녀야 하는 나이, 죽음을 목전에 둔 엄마의 공포와 노여움과 외로움을 지켜봐야 하는 나이, 영영 자기 혼자 남겨질 것이라는 예감을 하는나이, 백정이라는 표식 때문에 길을 지나갈 때면 언제나 어김없이 조롱당하고 위협당하는 나이, 엄마를 버려야 하는 나이, 엄마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고 멀리서 소식을 들어야 하는 나이. 그렇지만 증조모의 열일곱은 그런 나이였다. 할머니는 증조모가 그 나이의 자신을 버리지 못한 채 계속 붙들고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죽음에 이르렀을 때에야 그녀는 열일곱 살의 자신으로 돌아갔다. 일평생 입다물고 죽은듯이 살았던 열일곱의 증조모가 마지막 나날에야 자유로워졌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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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를 먹는 불가사리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
정하섭 지음, 임연기 그림 / 길벗어린이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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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동물 시리즈 좋아서
통째로 다 읽고싶은데 오래되서 정보가 없다. 알아봐야지.

우리나라 상상의 동물들은 힘 있고 지혜롭고 용감하다.

쇠를 먹는 불가사리는 전쟁에서 이기고 시샘하는 임금때문에 계략에 빠져 엄마를 구하고 사라진다.

실제 고려말 조선초에 있었던 이야기라고 전해졌다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불가사리를 만드는 과정이 독특한데 밥풀데기로 주문을 외우듯 노래를 부르며 (너는 너는 자라서 쇠를 먹고 자라서 죽지 말고 자라서 모든 쇠를 먹어라 다 먹어 치워라)만든 인형이 불가사리였고 그렇게 쇠를 먹는 괴물이 탄생한다.

* 필독서라 아이들때문에 읽는 책인데
휘루룩 읽다 왜그런지 혹해서 바로 앉아
이거 너무 좋아거리고 있으니 그때서야 책을 고쳐잡아 읽고는 대~~충 감상을 노트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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