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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10.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을 읽었다.
이상하게 매번 읽자고 마음 먹고 시작까지 했다가
끝을 못 맺었던 책이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였다.
왜그럴까 생각해보니 중국의 공산주의 사회상이 내 머리속에는
잘 그려지지 않아서였던거 같다. 실제 끝까지 책을 읽질 않았으니
그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리뷰들을 읽어보면 웃긴데 눈물난다 라는 평이 대부분이라
나는 왜 그런 부분을 모르나 하던 차에 이 책을 구해놨었고 어김없이 또
그 넘어가지 않음 병에 걸려 30쪽에서 딱 멈춰 넘어가질 못하고 다른 책에 눈을 돌렸더랬다.
하여 새해들면 첫 책으로 꼽아놓고 이 책부터 읽겠다 다짐했는데 ㅋㅋㅋ
12월부터 읽어가던 책들에 밀려 ㅋㅋㅋㅋ 한달이 다 지난 지금에야 끝을 보았다.
위화 위화 하는 이유를 조금 안것같다.
그가 들려주는 주인공 복귀는 아마도 허삼관과 비슷할것 같다.
왜냐하면 비슷한 시대가 아니라도 왠지 그 아버지의 마음이 비슷할꺼 같기 때문이다.
그저 한갓진 농촌에서 소를 부리며 논을 갈고 있는 모습이야 얼마나 평화롭고
근심걱정을 찾을 수 있을까 싶은 풍경인데 이야기를 들으러간 청년이
해가 지도록 들은 이야기에는 세상 온갖 시름을 다 겪은 노인의 이야기가 있었다.
복귀라는 소를 모는 노인은 자신의 이름도 복귀였다.
그의 인생에 자식 둘 아내 사위하나 손주하나가 다였는데
그들을 모두 앞세우고 외로이 소한마리와 살아가는 노인은
평범한게 제일이라며 인생에 교훈 아닌 교훈을 말하고 있는데
그런 모습 또한 처량하다.
꽃 같은 아내 가진과 예쁜 딸 봉하 양 키우기 좋아하는 아들 유경
고개는 삐뚤어도 다정한 만이화 사위와 엉뚱한 손주 고근이.
도박에 빠져 온 재산을 날리고 똥통 앞에서 죽어간 아버지와 아픈 어머니의 병을 구하기 위해
의원을 데리러 간 사이 전쟁에 징집된 복귀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년여만에 다시 돌아온 사이
유경과 봉하를 만나는데 봉하는 열병으로 귀가 멀어 말을 못하게 된다.
유경이와 봉하를 먹여살리려 하지만 가난한 살림은 나아지지 않아 열세살된 봉하를 남의 집에
보내게 되는데 그 마음이 어땠을까 싶으면 참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읽다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요즘도 살 길 막막하다 하지만 먹을게 없어 아이를 남의 집에 보내야 하는
부모마음을 읽을때마다 눈이 따끔거렸다.
결국 그리워하던 봉하를 다시 가려는 집에 보내지않고 어떡하든 같이 지내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그러던 참 오학년이 된 유경이가 학교 교장부인의 출산으로 피를 뽑다가
갑자기 죽게되는데 그때부터 이 가족의 죽음의 그늘 시작.
이후 가진도 시름 시름 앓기 시작해 농사일을 할 수 없게 되고
귀가 멀어버린 봉하는 다정한 만이화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아들 고근이를
임신하고 낳자말자 피를 많이 쏟아 다음날 죽음에 이른다.
가진과 복귀의 마음이 어땠을까 싶지만. 아 정말 이런 삶을 살라면 나는 지쳐 쓰러질꺼같다.
너무 힘들었다. ㅠ. 하물며 사위 만이화 역시 물건을 옮기는 도중 콘크리트에 치여 죽는다.
아버지 없이 지내던 고근이 역시 열병이 나 외할아버지가 삶아준 콩을 먹고는
갑자기 급사한다.
고근이가 소를 사려고 모은 돈으로 고근이 죽은 이년뒤에 늙은 소한마리를 사서
농사를 지으며 지나가던 청년에게 그 이야기를 읊어줬던 것인데
평생에 걸쳐 이 이야기가 잊혀지지가 않는단다.
살아가는게 뭘까 싶지만 ... 그렇게 또 그 인생을 살아내어 늙은 소와 남은 생을 살아가는것
또한 처연히 받아들이는 노인의 모습이 슬픈데도 또 무언가 말 못할 감동이 있다.
왜 그렇게 가난했을까도 중국의 역사와 함께 생각되어지는 부분.
중국의 역사는 잘 모르지만 공동경제 속에서 살아남기 버거웠던 한가족을 바라보게도 되고
끊임없이 일어서려고 노력했던 한 가장의 꿈이 처참히 스러졌던 이야기가 그저
복귀만의 이야기였을까 생각하게도 된다.
또 운명을 받아들이며 평범한 생이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어떤 위대함보다
위대하게도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