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 피천득의 <오월> 중에서 -
그러나, 그러나 내 기억 속의 오월은'
오월하늘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어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이런 슬픈 가락의 섬찟한 노래와 겹쳐지는 최루성 추억이다.
내가 다니던 대학의 앞산이 온통 아카시아로 하이얗게 덮일 무렵이면
하숙집들도 온통 최루가스로 뒤덮이고,
우리 마음도 온통 최루와 넝마가 되어 버리던 그 오월.
나는 이제 이십년이 지난 이 오월을 어떻게 흘리고 있는가.
그때 그 오월과 오늘의 오월 사이의 간격을 떠올리며 스스로 반성하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