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으며…
옹기종기 모인 흰 쌀밥을 고맙게 씹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훈김나는 하이얀 쌀밥처럼 다사랍고 환하게 살고 싶고
간혹 박힌 풋콩처럼 맛깔나게도 살고 싶고,
잘 무쳐진 콩나물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고
잇몸 찌르는 탕수육처럼 단단하게도 살고 싶다.
맵싸한 고들빼기처럼 맵차게 살고 싶고
좀 모자란 듯한 야쿠르트처럼 허허웃고 살고도 싶고,
살 잘 발라지는 생선처럼 부드럽게 살고 싶고
잇새에 끼어 안타깝게 하는 참깨 같이 심술꾼으로도 살고 싶다.
한 종지로도 여럿 먹이는 간장처럼 넉넉하게 살고 싶고
푸짐하게 벌여진 소담스런 상추쌈처럼도 살고 싶고,
쓰린 속 풀어주는 동태국처럼 시원스럽게 살고 싶고
더 먹고 싶은 호박전처럼 아쉬운 이로도 남고 싶다.
밥을 씹으며,
생각을 씹으면,
불현듯
살아 있음이,
……고맙다.(200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