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 시인선 101
문태준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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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이 앞에 있으니 좋다.
한파를 겪은 생명들에게 그러하듯이.
시가 누군가에게 가서 질문하고 또 구하는 일이 있다면
새벽의 신성과 벽 같은 고독과 높은 기다림과 꽃의 입맞춤과
자애의 넓음과 내일의 약속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한다.
우리에게 올 봄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다시 첫 마음으로 돌아가서
세계가 연주하는 소리를 듣는다.
아니, 세계는 노동한다.(작가의 말)

 

비님이 오신다.

오랜만에 오시어

메말라 터진 대지를 위무해 주시니

좋다.

참 좋다.

 

대지는 '앓고 난 후에

말간 죽을 받은' 아이처럼

침없이 웃으며 비님을 받는다.

 

비님은

'흰 미죽(糜粥)을 떠먹일 때의 그 음성으로'

차갑게 굳은 아스팔트를 적신다.

누군가의 서럽던 눈물도

누군가의 욕망의 액즙도

또 누군가의 수고로운 땀방울에도

아... 그리고 높은 곳에서 속절없이 떨어져

비인간이 된 누군가의 핏자국도

 

어루만져 주시는

비님이 내리신다.

위로나 적선의 속내도 없이

비님은 오신다.

 

 

흘러오는 내처럼

긴 예문(괴석, 부분)

 

그의 시는 고요한 응시로 변화하고 있다.

침잠한 기도 속으로

하염없이 들어간다.

 

뜨겁기보다는 뭉근한 언어로 가득하다.

뜨겁게 좋지는 않지만

뭉근한 온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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