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로 유명한 작가 다나베 세이코가 1928년 생이란 걸 이 책 보면서 처음 봤다.

그럼 지금 90이 넘은 할머니란 이야긴데,

소설을 읽어 보면, 마치 지금 서른인 여성이 쓴 것 같은 느낌이다.

 

세이코씨가 서른일 때는 50년대 후반이니 일본이 경제성장을 막 하는 시기였고

조금은 가난에서 벗어나는 시기였다는 도움을 입기도 했을 것이다.

 

여성의 시선에서 본 조금은 달콤하고 시큼한 연애 이야기나

남자들을 바라본 이야기,

여성의 속내가 드러난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들어있다.

 

노처녀란 늘 신경이 거꾸로 서는 데가 있다.

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도 그만 비늘에 걸리고,

비늘 아래 살을 할퀴어 아파하곤 한다.

아마도 내가 얘기하기 편한 남자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얘기하기 편한 여자를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비교적 마음이 잘 맞는 건지도 모른다.(140)

 

제목의 '보탄유키'는 한자로 '모란설'이다.

모란은 풍성한 꽃이니 함박눈으로 표현하기 좋은 느낌인듯...

 

세이코 씨의 시대엔 '만담'이라는 장르가 유행이었으리라.

소설 속의 유머 코드는 만담에 가깝다.

 

대사와 대사를 가로지르는 엇나감과 마주침이

해학을 빚어내면서 사람 사이의 갈등을 무마하는 형식인 듯...

 

칸트는 '유머는 인생의 비극적 측면을 희극적인 것으로 승화시켜

인간의 삶에 내재한 고난과 역경 그리고 절망을 뛰어넘게 하는 인간만의 초월적 행위'라고 했다.(279)

 

이런 해설을 곁들이기 이전에

이 소설들은 충분히 경쾌하고 유머스럽다.

만담 속에는 유머가 없을래야 없을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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