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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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의 유일한 특권은

좋은 선배의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선배의 나쁜 점은 안 배우면 된다는 거지.

 

아, 이런 순수한 선후배간의 이야기만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어제오늘은 안희정과 김기덕, 남궁연과 그 아내 이야기를 귀너머로 듣게 된다.

누군가는 안타까워하고, 누군가는 욕을 한다.

나는 그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더이상 말할 것도 없을 터인데... 하는 생각을 한다.

 

세상엔 온통 나쁜 선배의 나쁜 점 뿐일 때,

후배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선배도 이렇게 살아가자고 손내밀지 않을 때

그녀들은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을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안희정은 농사지으러 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감옥엘 가야 옳다.

김기덕도 조재현도 남궁연도 마찬가지다.

피해자의 삶을 생각하면 '내가 무릎이라도 꿇을게요. 앞으로 우린 어떻게 살라구요.'하는 변명은 하품난다.

그동안 그들은 어떻게 살아왔을지 생각해 보란 말이다.

그런데도 자지를 꺼내 흔들었다는 고은은

외신에 당당하게 시를 쓰겠다고 한단다. 뻔뻔했던 시대가 이미 지나고 있음을 그들은 모른다.

촛불의 힘이 얼마나 지속적일지를 그들은 모른다.

 

나는 검은 건반이었다.

마음 어딘가에 늘 어두운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밝히기 위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

아무리해도 천성 저 바닥 밑까지 밝은 빛이 어리기엔

나는 좀 많이 어둡고 어느 정도는 불협화음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사람이 있다.

나 역시 어느 정도는 검은 건반의 반음에 경도된 사람이었다.

바이엘을 칠때도 단조를 치거나 반음을 누를 때의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이렇게 잘 살아 왔으면 되었다.

김민철 씨도 '에보니 엔 아이보리'처럼

흑단나무 검은건반 역시 상앗빛 흰건반과 어울려 힘겹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쓰고 읽고, 사진도 찍는 자기만의 세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환한 곳처럼 찬란한 순간은 적을지라도,

적어도 어둠 속으로 숨고 싶어질만큼 심경의 변화를 덜 겪을 수도 있단 장점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자신의 부족한 점과 긍정할 지점을 있는 그대로 보는 자신감인지도 모른다.

김민철씨도 그런 자신감을 부끄레 내놓는 사람 같다.

그의 ~~~ 여행도 기회가 되면 읽어볼 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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