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법칙 1 - 양장본
허브 코헨 지음, 강문희 옮김 / 청년정신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20년 전에만 해도, 미국은 전두환 정권을 꼭두각시처럼 가지고 놀 수 있었지만, 이제 민주화란 이름을 거친 한국 정권은 조금 달라졌다. '협상'이란 형식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내용이야 마찬가지일는지 몰라도.

그 내용이 마찬가지라면 협상의 방법론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가족간에, 친구나 애인간에, 직장 상사나 거래처 사람들과 끊임없는 협상의 시도를 하게 된다. 한미 FTA처럼 국가간 협상도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허브 코헨의 이야기는 제법 그럴 듯 한 부분도 있지만, 쏙 빠져들 만큼 재미있진 않다. 그래서 별 넷이다.

협상의 세 원칙, 힘과 시간과 정보.

세계적인 악의 축이자, 모든 전쟁의 협력자이며, 20세기 인류 파멸의 주역인 미국이 협상에서 진 것은 단 두 번이다. 베트남 전쟁과 푸에블루호 사건...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힘으로서는 이길 수 있었겠지만, 그들에겐 베트남 전쟁을 끝까지 몰고 갈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전쟁을 마무리 지으려고 온갖 난리를 다 떤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이긴 협상의 대표작인 푸에블루호 사건. 미국은 간첩죄를 시인하고 배까지 북한에 몰수당하고 말았다.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는 '시간'의 문제가 목전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국가대 국가의 협상을 보면서, 한국 정부의 협상력은 정말 보잘 것 없음에 좌절하게 된다. 하긴 독립국으로서 협상하는 자세로 볼 수 없는 지경이었으니 할 말이 없다.

파이를 똑같이 둘로 나누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그의 의견은 전적으로 옳다. 누구는 껍질만 우너하고 누구는 알맹이만 원한다면 그 파이를 둘로 쪼개는 것은 부조리한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운명을 만들고는, 그 만들어진 것을 운명이라고 부르며 좌절한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협상의 과정은 곧 자기 결정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이다.

허브 코헨이 가전 제품을 사고 파는 이야기를 예로 드는 것이 자주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아내와 아들과 협상을 해야할 때,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많은 정보를 안고 협상을 한다면 서로 만족스런 결론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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