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흑발 민음의 시 239
김이듬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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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하늘을 보지만 하늘은 나를 보지 않는다

모양은 달라졌으나 구름에는 언제나 죽은 이들과 함께 흐르려는 취지가 있다

 

네 방의 불이 꺼지기를 기다리면서

반지하에서 자라나는 기대와 좌절의 밀도를 나는 모른다

동정하지 않는다

어깨에 손을 얹을 일 없다

너는 잘 수 없어도 나는 돌아가 잠들 것이다

 

외따로 떨어지는 사람을 안도하여

나는 답을 못 썼다

 

그것이 정련과정인 줄 알고 나아갔으나

마모 한계선을 넘은 바퀴는 방향을 잃는다

지난 생이 내 마지막 실감이었다는 걸 나만 모르는 것 같다(노량진, 부분)

 

대학시절 장승배기에 산 적이있다.

조금만 걸어가면 노량진이었다.

맛있는 식당이 제법 있어 데이트를 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 동네는 입시, 고시 학원가의 대명사가 되었다.

막연한 젊음들...

찬란함은 보이지 않는 웃음 잃은 젊음들이 가득할 것 같은 지명, 노량진...

시 제목에서도 인정이 묻어난다.

 

전철은 끊어졌으니까

쥐가 돌아다니던 복도에 신문지 깔고 잔다

모르는 이들의 숨소리는 비슷하다

우리는 웃는 동안에도 덜 삶은 국수를 씹듯 인상을 찌푸리지만

조금 모자라게 살아 있지만

가끔은 새처럼 돌진한다

 

'예술과 직업'이라는 이름의 지하철역 앞에서

신호등을 바라보았다(예술과 직업, 부분)

 

배낭여행을 하면서 겪은 심정인가보다.

'예술과 직업'이라는 이름이라니...

 

오늘 뉴스에

스물 둘인가 어린 엄마가

술에 취해 담배를 이불에 껐다가

아이 셋을 저세상을 보냈다는 소릴 들었다.

 

아직 아이인데... 아이 셋을 어찌 감당했을까.

젊은 나이라고 희망이 가득하고 눈빛이 열정으로 반짝이진 않는다.

표류하는 시대의 젊음들은 더욱 가엾다.

 

다만, 세상이 조금 나아지길...

이렇게 시로 쓰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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