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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노기 대장이 죽기 전에 쓴 글,
세이난 전쟁 때 적에게 깃발을 빼앗긴 이래,
사죄하기 위해 죽자, 죽자, 하면서도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의미의 구절을 볼 때
35년간 죽자, 죽자 하면서 죽을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야.
그런 사람에게 그때까지 살아온 35년이 고통스러울지,
아니면 칼로 배를 찌른 한순간이 더 고통스러울지를 생각했네.(273)
'마음'은 '보이지 않는 거'다.
마음의 실체는 없지만, 기실 마음이 없다면 인간도 없다.
<코기토 에르고 숨>, 생각해야 존재한다는 것도 마음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어제 젊은이들 부고를 둘이나 들었다.
서른 넘은 개그우먼 최서인의 난소암 소식과,
스물 일곱 샤이니 종현이란 가수의 자살 소식을...
정치권엔 죽일 놈들이 천지건만 그들은 멀쩡하고...
<유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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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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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세상을 버리는 글에서도 예술감각이 살아있다.
그래. 정말 수고했던 마음이 느껴진다.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자살' 이야기로 흐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죽는 사람도 있지.
부자연스러운 폭력으로 말이야.
자살하는 사람은 다들 부자연스러운 폭력을 쓰는 거겠지.(74)
철학에서 고민해볼 만한 문제가 '자살'이라고 했던 카뮈도 생각난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 삶은 너무 힘들다.
우울은 마음의 감기라지만, 감기는 나약한 마음을 피폐하게 한다.
선생님은 왜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없는 거죠?
딱히 이유는 없지만, 말하자면
아무리 책을 읽어도 그만큼 훌륭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탓이겠지.(75)
그래, 책은 남들의 이야기다.
남들의 이야기는 참고할 만한 항목이고, 각주일 따름이지,
결코 본문은 될 수 없다.
본문의 큰 글자는 자신만이 새길 수 있는 것이다.
책에서 남의 마음을 엿볼 수는 있지만, 자신의 마음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늘 역겹다.
선생님의 친구 K는 조금 강박적인 성향이었다.
어설프게 옛 고승이나 성자의 전기를 읽은 그는
툭하면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려는 버릇이 있었지.
육체를 단련하면 영혼의 빛이 더해진다고 느끼는 일조차 있었을지 모르네.(200)
다시 읽는 책을 <고전>이라고 강유원 강의에서 들었다.
다시 읽으니 전혀 다른 부분을 읽을 수 있다.
정신적으로 향상심이 없는 사람은 바보라네.(239)
이 한마디가 대화를 단절시키고, 흔들리던 자를 격발시켰다.
좋은 상담사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겠지만,
거꾸로 자신이 힘내서 잘 살때 상담사는 좋은 사람이라 판단할 수도 있다.
자신이 힘들 때는 어떤 상담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정말 힘을 내라고 다독거린 말인데도,
비수가 되어 날아들 수도 있는 일이다.
이것이 마음이 하는 일이다.
난 책략으로는 이겼어도 인간으로서는 졌다.(254)
질투가 사랑의 다른 일면이 아닐는지.
나는 결혼하고 나서 그 감정이 점점 옅어지는 것을 자각했네.
그 대신 애정도 결코 처음처럼 맹렬하진 않았지.(223)
젊은이의 죽음 소식은 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있는 자신들은 돌아보아야 한다.
정말 신이 나서 살고 있는 것이냐고...
그런 것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늘 힘겹다.
그렇지만 그 마음에 애써 힘을 주어야 한다.
그게 삶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