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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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지어진 것은 표면적인 것뿐.

그래서 당신을 형식만 앞세우는 여자라고 하는 거야.

세상에 매듭지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

한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다만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신도 알수 없을 뿐.(287)

 

표지에 각인된 글이다.

제목은 왜 '도초', 한눈팔기일까?

정이현의 글에서 '길가의 풀' 같은 생이라고도 하는데...

자기의 삶은 글쓰기라든가에 열중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한탄일지도 모르겠다.

결혼 생활이나, 이 책의 주된 소재인 돈과 인간사에 얽힌 복잡하고 지저분한 일상들은

늘 돈버는 기계로서의 나를 요구한다.

마치 안 벌면 '벌레'가 된다는 듯이.

삶은 한눈팔 수 밖에 없는 것인 듯...

 

일은 결코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목적지에 한 발 다가서면 목적지는 다시 그에게서 한 발 멀어졌다.(73)

 

결혼 생활에서는 딸만 계속 태어난다.

자신도 어려서 양아들 노릇을 하던 스토리가 이야기 중에 나오지만...

실제 그의 사진을 보면 딸들만 줄줄이다.

 

제 머리가 나쁠지도 모르지만

알맹이도 없는 텅빈 이론에 굴복당하는 것은 싫어요.(260)

 

저런 것들이 계속 태어나서 결국 어떻게 되는 거지?(229)

 

겐조는 작은 살덩어리가 지금의 아내처럼 커질 미래를 상상했다.

그건 먼 훗날의 일이었다.

하지만 도중에 생명의 끈이 끊어지지 않는한 언젠가 반드시 올 것이다.

"인간의 운명은 쉽게 끝나지 않는 거로군."(233)

 

'배짱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대변하던 산시로처럼

여기서도 그런 의식이 나온다.

 

만만한 사람이다.

겐조는 남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220)

 

나의 나이가 되기 전 소세키는 죽는다.

삶에 대한 의문이 평생 있었을 것이다.

병원치레가 흔하던 그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계속 두려웠을 것이다.

이 소설을 쓰고 곧 그는 죽는다.

 

나는 묵묵히 조금씩 자살하는 거다.

딱하다고 말해주는 사람 하나 없다.(195)

 

앓고 있는 누나를 보는 겐조의 시선.

소세키의 작품에 깔려있는 죽음에 대한 관조가 느껴진다.

 

인간은 평소 미래만 보며 살아가다가도

그 미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어떤 위험 때문에 돌연 막혀버려

이제 끝장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지면

갑자기 눈을 돌려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는 것.

그래서 모든 과거의 경험이 한꺼번에 의식에 떠오란다는 거.(133)

 

앙리 베르그송의 '이미지들의 존속에 대하여'에서 얻은 생각이라 한다.

 

나는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냉혹한 사람이 아니야.

단지 내가 갖고 있는 따뜻한 애정을

밖으로 보낼 수 없게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거지.(67)

 

아내와도 소통할 수 없었던 고독한 남자의 왜소한 그림자가 실루엣으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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