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ㅣ 창비시선 417
장석남 지음 / 창비 / 2017년 12월
평점 :
장석남의 사고는
조금씩 조금씩 번짐이지.
배를 매며가 그렇듯,
이 시집에서는
모닥불이,
꽃이,
그리고... 고대가 번지지.
그의 古代는 일부러 한자로 쓰고 있지만,
어찌 보면 '접때'나 '곧'의 의미인 '고대'로 나는 자꾸 읽고 있지.
입춘, 동지, 오후 세 시...
봄과 가을, 세한... 그리고 명년 봄...
쉰이 넘어가면서
악기를 한가지 새로 배워야겠다는 발심을 하지.
가뿐한 것으로,
혼을 닮은 것으로,
어깨 위 빛 같은 무게로...
나이가 들면
개두릅을 데치거나
모과를 자르는 일처럼
먹는 일에도 무심할 수 없는 게지.
그저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한 해가 가고
절기가 무심결에 지나는 것이 삶인 것을
'고대' 있던 일이라도 기억해 두려는 듯,
쓰고 또 쓰는 게지.
그러노라면
한소식을 들을지도 모르는 게지만,
짧은 시 형식으로 만나는 장석남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지만, 생각을 살포시 내려놓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