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와 소세키 왕복 서간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수필비평선집
나쓰메 소세키.마사오카 시키 지음, 박지영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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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한 서간치고는

소세키의 것이 많이 남아있다.

소세키가 이사를 많이 다니고, 영국도 오가면서 시키의 글들이 줄었으리라.

 

35세에 요절한 시키.

늘 아픈 시키에게 소세키의 걱정들이 잘 전달된다.

그러면서도 '레토릭보다는 아이디어'라는 의지가 굳다.

 

수세미꽃 피고

객담에 목이 막힌

부처로구나

 

객담이 한 말

수세미물도 이제

소용없어라

 

엊그저께의

수세미물도 이젠

그만 받았네

 

시키의 마지막 시다.

레토릭도 없고, 아이디어도 없다.

서른 다섯의 죽음은 '그만'이다.

 

생명이 쉰을 넘기지 못하는 일이 흔하던 시절,

젊은 날이 오히려 더욱 치열했을 것임을 느끼게 하는 편지들이다.

 

아픈 권정생을 걱정하는 이오덕의 마음과도 같다.

 

달은 동쪽에

자네는 지금쯤엔

자고 있을까(196)

 

남녀의 연애보다 진한 우정이다.

 

바야흐로 짙은 안개가 창에 몰려들어

서재는 낮에도 어두운데

시곗바늘이 1시를 가리키려 하니

자꾸 배를 쓰다듬으며 먹을 것을 생각하네.(338)

 

이것이 소세키가 시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다.

영국의 짧은 낮을 전달하는 이야기다.

 

다음해 1902년 시키의 부고를 들은 소세키의 글.

아프다.

 

쓰쓰소데로

따라가지도 못한

가을날 운구

 

피워서 올릴

향불도 하나 없이

저무는 가을

 

연무 자욱한

도시에 떠도는가

그림자처럼

 

귀뚜리 소리

옛일을 그리면서

돌아가야지

 

부르지 않은

억새밭에 혼자서

돌아온 사람(344)

 

시키의 죽음 앞에

쓰쓰소데(서양의 좁은 소매옷)로

오지도 못하는 막막함이 우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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