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 희망과 치유의 티베트.인도 순례기
정희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티베트를 말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 땅이 얼마나 순박한 사람들로 가득한지, 또는 거기에 자본의 물이 들기 시작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정희재는 이런 감상적인 시각을 버리고 티베트 사람들을 정확하게 기록하려 한다.

중국에 의하여 파괴되고 있는 티베트의 모든 것들. 서구를 향한 애타는 사모의 정으로 가득한 티베트 사람들. 이런 것들은 여느 티베트 여행기에서 읽을 수 없는 것들이다.

서두르지 않으며 유머를 잊지 않는 마치 우리 옛 조상들같은 티베트인들의 훌륭한 자질을 기록하는 것도 놓치지 않으면서, 정희재의 발걸음과 눈길은 온통 중국의 티베트 유린으로 인한 생채기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것으로 가득해서, 금세 눈물이 주르륵 쏟아질 듯 하다가도 고원의 산악인들의 단단한 심장처럼 마음을 다져 먹기도 하는 것이다.

오래 걸어 발톱이 빠질 때, "내가 겪는 고통으로 이 세상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길 빕니다."고 기도하던 그미는 영락없는 티베트 여인이었다.

더이상 자비와 너그러움으로 가득하지 않은 땅, 티베트.
중국의 오성 홍기가 너풀대며 길을 닦고, 벌채를 해서 민둥산이 되어버린 티베트.
중국인들의 폭력에 주눅들어 비굴하게 변해버린 티베트 사람들의 삭막한 정신 세계.

이런 티베트 현실에 대하여 자세히 사람 냄새 맡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더군다나 순례자의 치열한 자기 탐구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티베트 이야기를 읽게 되어 참 반가웠다.

세계가 내게 적의를 품고 있다고 느끼는 그곳에 바로 지옥이 있다는 마음으로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난 그의 여정을 따라가노라면 천민 자본주의에 짓눌려 살고 있는 나를 훌쩍 떠나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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