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밀리언 특별판) - 20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8.0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에서 백만 부가 팔렸다는 뉴스가 신기했던 생각이 난다.

불의가 국민을 불태워 죽이고, 옥상에서 노동자를 토끼몰이하던 시절이어서, 관심을 가졌을 수도 있다.


이 책 역시 5년만에 새책이 등장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핵심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협상에 있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훨씬 협상의 질을 높일 수 있고,

<표준>이 무엇인지를 강조하면서 상담자의 <이름>을 메모해 둔다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이 책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이 책에서 너무도 많은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이 이야기들은 어떤 경우에도 먹혀다는 만병통치의 술법이라도 되는 양 이해하면 안된다는 것.


상업적인 계약이나 거래에서는 먹혀들 가능성도 많을 것이고,

미국이라는 사회의 WASP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라 생각할 수 있다.


<와튼 스쿨 최고 인기 강의>라는 제목을 보듯,

트럼프의 모교, 그리고 안촬스의 학교인 그곳은 결코 서민의 학교는 아니다.


이 책을 흑인들이 읽는다면? 글쎄다.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여길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어두운 정부와 협상 자체가 불가능했던 세월호 유가족들, 용산 유가족들, 광주 유가족들은...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인 양 수난을 받지 않았던가.


안촬스가 한국의 현대사를 생각하지 않고,

협상력을 생각하면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와튼스쿨 출신은 저런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트럼프가 닭그네에게 팔 수 있었던 싸드를 팔기 힘들어 졌을 때,

도대체 김정은이와 어떤 협상을 했기에 그리도 미친듯이 미사일을 쏘아댔던 것인지,

결국 문재인 정부도 싸드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했던 것인지... 그리고 방문까지해서 핵잠수함을 판매해야 했는지...

그 와튼 스쿨의 협상력에 나는 소름이 끼친다.


약자는 대등한 감정적 교환을 나눌 수 없다.

양반 - 상놈의 괴리가 역사적으로 남아있는 이 나라에서,

갑질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협상은 '대등'한 사이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만큼 이 나라에서 협상이라는 것은 존재한 일이 없었다는 것을.


가장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선 지금조차도 트럼프가 왔을 때 반전 시위를 편파적으로 보도했으며,

노동조합의 합법적인 지위를 회복시켜 주지도 못하고 있으며,

노동조합과 사용자간의 <대등한 협상>이라는 것은 이 나라 건국 이래 있어본 일이 없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 없는 어떤 자는 

병상에서 일년에 수조원의 자산을 늘렸다는 나라에서,

협상에 대한 책은, 

오십 년 전에 김수영이 말한 <바람아, 모래야, 나는 얼마나 작으냐>고 말한 자괴감을 반추하게 한다.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王宮 대신에 王宮의 음탕 대신에
五十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二十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第十四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二十원 때문에 十원 때문에 一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一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시집 {거대한 뿌리},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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