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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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생에 대하여 쓰려고 했던 모양인데,

도련님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상황에 대한 묘사들이 잘 드러난다.

 

세상에는 무척 영리한 인물이면서

인간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작자가 상당히 많다.(91)

 

조조라는 알선책을 따라가면서 하는 생각이다.

지식인 계층, 부유층이었던 소세키로서는

밑바닥 사람들의 삶에 대한 경험이 소중했던 것 같다.

 

세상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은 당연하게 되고

혼자만 하는 일은 쓸데없는 일로 생각되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만들려면 자기편을 만들어두고

자못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 부당한 일을 하는 게 최고다.(132)

 

이런 것이 세상의 '도덕'이고 '윤리'다.

갱부들을 멸시하는 세상의 시선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때의 구름은 정말 기쁜 것이었다.

네 사람이 떨어지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뭉치기도 하면서

구름 속을 걸어갈 때의 경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꼬맹이가 구름 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했다.

이바라키의 담요가 붉어지기도 하고 하얘지기도 했다.

조조씨의 도테라가 불과 10여 미타 거리에서 짙어지기도 하고 옅어지기도 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무턱대고 서둘렀다.

세계에서 분리된 네 개의 그림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고

네 개인 그대로 끌리어 합치듯이

튕겨져 멀어지듯이

또한 무슨 일이 있어도 네 개가 아니면 안 된다는 듯이

구름 속을 오로지 걷기만 할 때의 경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138)

 

마치 '메밀꽃 필 무렵'을 읽는 것 같다.

소세키를 읽다 보면,

한국 근대 문학의 이런 저런 작품들이 일렁인다.

하물며 일본에야... 이를 것이 없을 듯.

 

'갱부' 자체가 정리되지 않은 사실을 그대로 기록할 뿐이다.

소설처럼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설처럼 재미있지는 않다.

그 대신 소설보다 신비롭다.

모든 운명이 각색한 자연스러운 사실은 인간의 구상으로 만들어낸 소설보다 더 불규칙적이다.

그러므로 신비하다.(147)

 

인간 각각의 경험은 모두 다르다.

내 눈에 비친 하늘빛과 다른 눈에 비친 빛은 다르다.

누구는 농사를 짓고, 누구는 도적질을 한다.

그런 것들을 인생이라 부르는 것이니,

그 신비를 쓰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 여기고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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