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독서 -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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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처럼 독서로 뭐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독서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려면, 독서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 독서의 괴리는 중,고등학교의 문제풀이식 교육에 있다.

어린 시절 책읽기를 즐기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는 아침 읽기라든지, 독후감 쓰기 등의 지도를 통해 비교적 즐겁게 책을 대한다.

초딩용 동화 같은 독서자료도 풍부하다.

 

그런데 중학생부터는 학원에서 문제를 풀게 할 뿐,

날것 그대로의 시와 소설을 읽게 하다 보니 아이들은 독서에 흥미를 잃는다.

오로지 점수, 점수를 가지고 줄을 세워 고등학교를 가고 대학을 가다 보니

과목에 맞는 독서를 할 경험을 놓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과목별로 책을 읽히고, 레포트를 쓰게 하고,

토론을 시키는 것이 학교에서 정착된다면,

그리고 훌륭한 교과서를 편찬하여 읽기 자료로 제공한다면,

책읽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입시 제도는 그대로 오로지 경쟁, 경쟁으로 놔두고

아이들을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로 돌리면,

당연히 그 시간에 경쟁 준비에 몰두할 것이 뻔하다.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는 결코 독서인구를 만들 수 없다.

 

책을 읽는 것은 중요하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시기, 대학가 서점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의 야학까지 책이든 문건이든 과외 독서 활동을 중심으로 의식을 길렀으니...

 

박근혜나 김영삼이 책을 읽지 않아서 망한 것은 아니다.

철학이 없어 그랬을 뿐이다.

싫어하는 모든 것에 비독서를 붙이는 일은, 독서 풍토 조성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힘이 없을 때 참는 것은 비루한 짓이 아니야.

당장 힘이 없는데도 들고 일어나는 것이야말로 무모한 것.(213)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서두르지 마라.(214)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런 면모는 신중하고 배울 점이 많다.

 

한국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천민 자본주의의 척박한 환경에서

지금 만큼이나마 출판계가 판을 펼친 것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기의 독서 열풍의 열매이기도 하다.

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독서교육의 방향과 출판 시장의 투명성이 지속적으로 담보되어야 한다.

 

체호프의 '내기'는 재미있는 소재다.

젊은 변호사는 15년간을 독방에 있는 조건으로 200만 루블이란 큰 돈을 건다.

독방에서 책을 읽는 변호사는 15년을 채우지만, 은행가는 그를 살해하려 든다.

변호사의 이야기는,

 

십오 년 동안 나는 그대가 준 책 속에서 향기로운 술을 마셨고

세계일주도 했고, 미녀들과 놀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누구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됐다.

죽으면 그만인 이 세상에서

뭐 그리 아등바등 살고 있늕 나 원 참,

내가 당신들의 삶에 경멸을 표하기 위해

내겐 하찮게 돼버린 200만 루블을 거부한다.

그 돈에 대한 내 권리를 스스로 박탈하기 위해

약속된 시간보다 다섯 시간 전에 여기를 나가 버린다.(189)

 

천 년을 과거제도로 인재를 선발하던 습관은

독서를 소중한 것으로 여기게 만들었지만,

그 독서가 문화 국가를 만들지는 못했다.

 

왜 선진국의 교과서를 본따지 못할까?

왜 교육 관료들은 선진국의 좋은 점은 보지 않고,

경쟁 일변도의 기본틀을 무너뜨리지 못할까?

과연 독서가 인품의 기준이 될는지는... 한국의 유학파 관료들을 보면 한심한 생각만 든다...

 

잡스는

때로 인생이 배신하더라도

결코 믿음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를...(248)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연설할 수 있는 분위기...

학교도 안 다니던 체육 특기생으로 가득한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2002년 진보적 지식인 김규항은 주류 페미니즘은 다른 이의 사회적 억압에 정말이지 무관심하다고 비판(271)

 

시대가 달랐다. 그 시대 페미니즘 논의는 지식인 계층에서 유럽식 언명에 머무른 시기였다.

지금처럼 봇물터지듯 여성의 목소리가 나오던 시기가 아니었는데 비판하는 것은 불합리다.

 

독서로 할 수 있는 것도 많지만,

독서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된 독서 지도가 아닐까 싶다.

맵으로서의 지도도 필요하고

디렉션으로서의 지도도 필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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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섭 2017-11-20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나라당정권비판서적 느낌입니다 현여당에서 밀어주는책같은.박근혜 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부정적인결과에 관해선 독서의부족이원인.김어준씨관련내용에서도 김어주본인은 독서를좋아하진않고 여행을 많이한것이 본인에게 많은도움을주었다고했음에도 저자는 독서가바로 소설속주인공과의 여행이기때문에 독서는 여행과 일맥상통한다며 기 승 전 독서! 라는 조금은 이해하기어려운논리.좋은 얘기도 많지만 개인적으론 모든좋은결과에는 독서의영향이라는논리와 한곳으로만치우친 정치권얘기에 너무 현여당에 잘보이기식 서적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