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순례자 - 신만이 사는 땅, 인도 오지에 가다
조연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도를 여행한 사람들 중, 가장 영향력을 많이 끼친 글을 쓴 사람이라면 단연 류시화를 꼽을 것이다.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과 지구별 여행자를 읽노라면 인도 사람들의 낙관적인 생활 태도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그곳은 천국, 아니면 지옥이라는 말과 글들을 듣게 된다.

젊은 나이에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케 하는 땅 인도 오지를 밟은 지은이의 발걸음도 가볍지만은 않았다.

어디 가나 득시글거리는 거지들, 넉살좋게 던지는 사기꾼들의 능글맞은 웃음.

아,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돌아버릴는지도 모르겠다.

뒷주머니에 지갑을 비죽이 튀어 나오게 꽂고 다닐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의 치안은 엄청나게 뛰어난 것이라고 한다.

인도에 가게 되면, 이적지 갖고 있던 모든 기준을 내어 던지고 말 것 같다.

결국, 인도를 밟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인도보다는 혼자서 고행을 짊어지는 산티아고가 내겐 훨씬 매력적이지만, 산티아고의 숱한 알베르게들과 순례란 이름으로 떠다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조차도 싫다면 혼자서 전국 일주를 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사람들은 두 분의 스님들이다. 애초에 상이 없으신 분들. 신경질 낼 일이 없으신 분들. 지은이가 실수로 불을 끄게 되는데, 다시 불을 켜자 환하게 웃고 계시던 분들.

그래, 화낼 일은 내가 화를 내기 때문인 것이다. 빈 배가 와서 부딪힌다면 화를 내겠는가?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으니 화를 내는 것이지.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인도의 종교 분쟁과 아리안의 드라비다족 차별의 역사성에 대한 이야기다. 여느 책에서는 인도의 역사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다만 영국의 식민지였던 이야기나 간디 이야기, 개인적인 경험담에 그치는 데 비하면 저자의 인도에 대한 공부는 상당히 깊어 보인다. 그렇지만 내가 그걸 이해하기엔 피상적인 이야기들...

이슬람과 힌두교의 화합을 이야기하는 시크교와 자이나교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진정한 종교는 신에게서가 아니라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일임을 이야기하는 자이나교를 가르쳐 준 책이면서, 인도에는 신만 살고 사람은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다소 해골 복잡하게 하는 책.

인도를 읽는 일은 언제나 낯설고 당혹스럽다.
그렇지만 내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므로 다소 웃기고 재미있지만, 간혹 느끼한 인도인들의 대꾸에 정나미가 떨어진다. 인도... 그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그렇지만 화사한 웃음을 지닌 나라의 매력은 독서로나마 자꾸 내 발길을 이끈다.

책을 놓는데도, 간디의 '네티 네티...(이것도 아니다 이것도 아니다)'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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