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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로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평점 :
산시로라는 이름은 '따로(첫째)'나 '지로(둘째)'에 비하면 평범한 이름이다.
셋째나 넷째를 지칭하는 '아무개'처럼 들린다.
중국 성어중에 '장삼이사'가 아무개인데 중국에 흔한 성 장씨네 셋째나 이씨네 넷째처럼 그저 그런 이름이다.
주인공 산시로는 후쿠오카 촌놈으로 도쿄로 간다.
기찻간에서 만난 여인에게서 얻은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로군요>라는 말은
촌놈의 경험없음을 단적으로 지적한 말이다.
대학에 간 산시로는 요지로라는 독특한 인물을 만난다.
대학의 강의를 재미있게 듣고 있는데, 요지로는 '멀리 구름 걸린 하늘의 두견새'라는
뜻모를 하이쿠를 선생의 그림 옆에 적어 두었다.
이 하이쿠는 이 소설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ひさかたの くもいの そらの ほととぎす
소세키와 도쿄대를 같이 다니고, 후에 <호토토기스>라는 문집을 같이 낸
<시키>를 한자로 쓰면 <子規>가 되는 것이다.
자규 子規는 친구 '시키 子規'이면서 '호토토기스(소쩍새,子規)'의 호명이다.
'우미인초'를 읽다 보니
<꾸모이 くもい>가 담배의 일종이라는 해설이 나온다.
그렇다면, 저 하이쿠는
머얼리 담배연기 하늘에 시키 생각이...
이럴 수도 있으리란 상상을 한다.
子規と漱石の往復書簡集

결국 이 소설집의 표지에 바친 저 하이쿠는
친구 시키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헌사다.
도시의 여자 미네코가 계속 <구름>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 하이쿠와 연결된다.
스트레이 십이라는 길 잃은 양 이야기는 시키에 대한 그리움을 반추하는 화자의 마음이기도 하다.
나른한 우울감과
숨길 수 없는 쾌활함의 통일(82)
소세키의 대학 생활은 그러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늙은 교수의 강의'나 들으러 가야 했던
윤동주의 시선을 느꼈다.
'무덤'이나 '무성한' 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윤동주가 읽었을 소세키는 얼마나 슬픈 것이었을지를 느끼게 된다.
그들에게는 희망찬 시절이었을 20세기 초,
문명세계의 불안감이라고는 전차에 치어 토막사체가 된 여인의 모습 정도.
윤동주 같이 조국 잃은 청년에게 이런 소설은 청춘 소설이라기보다는
우울한 소설이고, 스트레이 십의 슬픔을 반추시킨 소설이었을 게다.
전 아까부터 저 하얀 구름을 보고 있었어요.(117)
미네코의 구름은 밝고 투명하다.
성장 소설이자 청춘 소설의 빛깔이다.
소세키에게도 <머언 구름 너머 하늘의 소쩍새 소리>처럼
나른하고 아련한 것이 젊음의 추억이었을지 모른다.
그 소쩍새 소리는 절친 <시키>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슬픔이 내재되어 있다.
소세키와 시키는 둘다 1867년 생으로 동갑이지만,
시키는 1901년 서른 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뜨고 만다.
도회지와 시골의 차이도 어린 나이의 친구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
1908년에 연재된 산시로에서
시키의 그림자에 대한 회상이 그득했던 것은
시키와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번역이 궁금한 곳 하나.
"오가와, 자넨 메이지 몇 년 생인가?"
"난 스물 셋이네."(97)
아마도... 메이지 23년 생이란 이야기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