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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평점 :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 많은 문제들은 식민지 시대와 전쟁, 독재의 시대를 거치면서 풍화된 민족성으로 남게 된 것들이기 십상인데, 그 문제점들을 끌어안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 사회를 생각하면 그 민족성이 결코 피폐한 것만은 아니란 생각에 어느 정도는 동의할 것이다.
한국 사회가 가진 그 많은 문제들을 불식시키는 원동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대학생 시절에 읽다 만 김산의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혁명의 시절, 아직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의 전향가가 나오기 전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는 이런 책을 느긋하게 읽을 여유가 없었다.
님 웨일즈가 어떻게 하여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는지는 읽고난 지금도 몹시 궁금하다.
영어를 별로 못했다던 김산과 님 웨일즈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었기에 이 책이 탄생한 것인지... 의문이다.
나는 이곳에서 행복하게 죽어갑니다. 노예의 땅에서 죽는 것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여기가 우리의 빛나는 혁명투쟁과 같이 자유로운 조선땅이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런 말을 유서로 남겨 두고 싸우는 혁명가의 뜨거운 삶은 '혁명' 상실의 시대에도 뜨겁게 가슴을 울린다.
혁명의 대열에서 결혼하지 않고 싸우겠다던 김산의 아리랑,
그의 아리랑은 슬픈 아리랑 고개가 되어 길음동에서 정릉으로 넘어가지만,
그 아리랑을 부르던 사람들, 아직도 부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종종걸음을 치며 살아간다.
일제의 잔인한 고문이 군사 독재 시절의 그것과 같은 모양의 것임을 읽으면서 치가 떨린다.
툭 불거진 광대뼈와 사람 좋게 웃어 보이는 그의 골상은 필경 반역자의 골상이다. 연예인 에릭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형형한 눈빛 속에서, 조선을 향해 보여준, 그리고 세계의 민중을 향해 보여준 그의 사랑을 읽어 본다.
혁명가는 매 순간을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사랑한다는,
그래서 혁명가는 예수님이고, 부처님이고, 예수를 죽인 자이며, 부처를 죽인 자임을 생각한다.
자신을 만나고, 자신을 죽이는 고행의 끝에 선 사람들이 혁명가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