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
김주현 지음 / 책세상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외모 가꾸기가 점점 과도화되고 있다.

화장을 넘어 서서,

다이어트가 극도로 뻗치더니,

이제 성형 수술, 심지어 양악 수술도 일상이 되었다.

화장과 다이어트가 어린 나이로 점점 약진한다.

 

이 책에서는 서양의 외모 가꾸기와 페미니즘에 대한 논문들을 참고하여

가득 실어 놓았다.

 

페미니즘 자체가 은폐된 것들을 노출시키고 밝혀내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미는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한국에서의 외모 가꾸기는 서양의 예술이나 문화와는 또다른 분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파리에도 없다는 온갖 화장품 가게나 명품점이 즐비한 백화점이라든지,

오리엔탈리즘이 반영된 서양식 화장, 다이어트, 성형에 대한 극단적 선택.

한국식 드라마의 가부장적 시선과,

한국 노래 가사 속의 여성의 외모에 대한 시선 등

독자들이 재미있어할 내용들이 충분히 많을 터인데도,

근거는 서양 사람들의 논문으로 가득한 것이 불만이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에게 아름다워야 한다는 미적 압력을 지속적으로 행사.

동시에 아름답지 않은 여성을 향한 경멸은 미적 압력과 한쌍이 되어 일상을 지배.(11)

 

이런 것이 문제 의식인 것은 당연하다.

 

20세기 초반까지도 여성 참정권론자들을 처형하고 정신 병원에 수감한 이론적 근거는?

정신의 부재였다.

여성들의 사유 능력과 판단력을 신뢰할 수 없으며

여성들이 국가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도록 맡길 수 없었다.(82)

 

여성들이 고통스러운 학습이나 힘든 숙고에 몰두한다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무르익을 매력과 미덕을 놓치게 될 것.

심오한 철학이나 물리학으로 가득 찬 머리를 가지고 있는 여자는

턱수염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생각하느라 심각한 표정을 짓게 되면,

그녀의 성적 매력을 파괴한다.(칸트)

 

중국의 부녀들은 문자를 알고 있어

혹 정사에 참여하여 나라를 그르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 동방의 부녀들이 문자를 알지 못하므로

정사 참여는 없을 것이다.

비록 부인이 정사 참여 않더라도

군신의 마음을 어지럽히면 나라를 그르치게 될 것이니 역시 염려할 일이다.(세종)

 

칸트가 인간 이성의 선구자고

세종이 성군이라는 것 역시

남성 본위의 시선에 불과한 것이다.

 

약함, 수동성, 의타적 성향의 여성 이미지는

근대에 이르러 점점더 강화된다.

여성 교훈서는 영리함이나 지식을 보이지 말라고 경고했고,

충격 앞에서 쓰러지는 연약함은 사랑스럽게 보인다.(91)

 

예술에서도 여성의 육체는 아름다움을 빌미로 관음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여성들은 거울을 깨끗이 닦고 거울 속을 노려보아야 한다.

가부장제의 추악함은 그 자체가 오브제로서 여성 정체성에 결합해있지만,

여성들은 빠져나오기 위해 분리가 필요하다.(329)

 

그런데 또 외모 꾸미기를 이상한 쪽으로 갖다 붙인다.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여성에 머물지 말고

외모 꾸미기를 통해 자신이 되고 싶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329)

 

물론 이 외모 꾸미기는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이 아니라는 전제가 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

 

내가 알던 교육부 연구사가 영국 문화원장으로 가서 만난 일이 있다.

영국에서 제일 좋은 것은 화장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인종 차별도 심한 나라지만,

어느 정도 지위가 있으니 그렇게 느끼기도 했으리라만,

한국 사회의 외모 꾸미기에 대하여

심각하게 논의했으면 했는데,

외국 논문과 책에서 주워모은 논리들이어서 별로 재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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