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저작집 12 - 21세기 아침의 사색 리영희 저작집 12
리영희 지음 / 한길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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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있는 미국 군대의 각급 사령관들은
남한을 세계에서 제일 이상적인 군사훈련장으로 확신하고 있다.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땅,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무제한 사격 지역',
휴전선 북쪽에 있는 사격 목표로 가장 이상적인 살아있는 인간 표적,
그뿐이 아니다.
남한은 지구상에서 우리를 쫓아내려 하지도 않고
심지어 땅을 쓰는 임대료조차 달라고 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다.
(미하원 군사보고서 중)

 

리영희 선생님께...

선생님,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전환 시대의 논리를 만난 85년 봄부터 이미 이십 이년이나 흘렀건만,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가슴이 울컥거리고, 지난 가르침들이 모두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회한에 파묻히게 됩니다.

군부 독재의 하수인이었던 경찰들이 <의식화 원흉>으로 꼽으며 대학생들의 자취방, 하숙방에서 수거해간 선생님의 책들은 <의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기에 충분히 논리적이었습니다.

반공, 애국적 국민으로서만 길러진 비논리적 인간이 <논리적 인간>이 되는데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나라는 친일파가 계승한 남쪽과 친일파를 청산한 북쪽으로 나눠진 데서부터 비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남쪽에서는 친미 정권과 미국이 만든 서울대 출신들의 활약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이성적이고 가장 퇴폐적인 자본이 지배하는 괴물 국가로 전락해 버렸고요.

선생님께서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시는 세계 평화를 위한 휴머니즘적 문제들.

베트남 전쟁에 대한 한국인의 무지와 무관심, 무식한 신념들...

원폭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인이라면 죽어도 좋다는 과격한 맹목들...

남한은 천사, 북한은 악마라는 이분적 무뇌아의 발상들...

하나님의 나라 미국은 무조건 착한데, 악의 축 북한은 가증스럽기가 끝없다는 기독교환자들...

아직도 한반도를 덮고 있는 폭력과 억압의 매카시즘...

이 문제들을 선생님의 목소리로 듣기 어렵다는 것이 너무도 가슴아플 따름입니다.

 이젠 노자를 생각하시겠다는 선생님을 생각해 봅니다. 젊은 시절, 올바른 길을 향해 굽히지 않으시던 선생님이셨기에 폭력 정권에 의해 투옥되셔서 얻은 병환으로 이젠 더이상의 문필 활동은 불가능하시겠지요. 이젠 마음 편하게 사십시오.

아직은 바보같은 대통령밖에 뽑아놓지 못하는 바보같은 나라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폭력 정권보다는 바보같은 대통령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그 바보같은 대통령이 할 소리는 하겠다고 했으면서도 바보같이 이라크에 군인을 보내고, 추가 파병, 연장까지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를 글이 아닌 대담을 통해서나마 들을 수 있는 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북한의 핵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인지... 거짓으로만 뒤덮인 소위 언론이란 도둑놈들과 허접한 쓰레기만 돌아다니는 인터넷으로는 진실의 하늘을 바라볼 수 없어 답답하지만, 선생님의 시원스런 이야기들을 듣노라면 하늘 덮은 쇠항아리, 금세 찢겨지는 소릴 듣는 듯 합니다.

물질이 부족해서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지나치게 숭배해서 가난해져 버린, 마음마저 가난해져 사람마저 사고 파는 구역질나는 시간과 공간에서 사는 일도 참 어렵습니다. 이 가난한 영혼의 나라에서 종교마저 물질 숭배로 치닫는 모습을 보며 정신적 지주가 얼마나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부디 건강 조심하시고, 오래오래 우리에게 엄한 스승님이 되어 주십시오.

수시로 물질에 휘둘리고, 안락에 유혹받는 중생들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불쌍한 이 땅의 인민들에게 하늘 나라의 복음은 아닐지라도, 부디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도록 옳은 말씀을 두고 두고 들을 수 있도록 시원한 생명수를 자주 들려 주십시오.

선생님의 책이 열 두권의 저작집으로 묶인 것이 한편 흐뭇하면서도,

이 책을 끝으로 선생님의 책을 만나지 못할까 두려운 마음이 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에는 이 땅의 이야기들이 가득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처럼 읽겠습니다.

다섯의 떡과 둘의 고기로 먹지 못할 것이란 생각으로 걱정만 앞세우는 반통일주의자의 마음을 몰아내고, 먹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난한 이의 천국을 만드는 데 정신을 놓지 않겠습니다.

군대식 조직으로 가득한 이 나라와 이 정신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 수 있도록 힘써 노력하겠습니다.

미국이란 초강대국에게 가장 수탈당하는 이 땅의 민중을 잊지 않고, 휴전선에서 뚝 떨어진 평택 땅 황새울에 기지를 세우고, 이제 이라크전을 덮고, 한반도 전쟁을 준비하는 슈퍼맨의 나라가 저지르는 모든 죄악을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아직도 반공법과 꼭같은 국가 보안법이 형형하게 눈을 부릅뜨고 인민을 억압하는 <애굽>의 나라에서 날마다 날마다 탈출하는 엑소더스를 연출하기 위해서 잊지 않고 마음을 다짐하겠습니다.

날이 점점 차가워집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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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4-04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일부러 저런 제목 붙인 거예요. ㅋㅋ
사실 역사의 양지에는 한승조 조갑제 저런 새끼들이 살잖아요. 국가보안법의 철통 밑에서... 그렇게 비꼬려 한 겁니다. 저도 범죄일보는 안 보지만, 버러지이긴 한 것 같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