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 문학의 기원, 문명의 효시, 인생의 통찰을 찾아 떠나는 지적 여행
애덤 니컬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고전은,

좋은 줄 누구나 아는데,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동양의 고전으로는 논어, 노자 같은 게 있고, 불경이 있다.

서양에는 성경이나 호메로스의 서사시 같은 것들...

 

강유원은 고전을 '다시 읽고 있는 책'이라 한다.

 

암튼, 서양 고전 일리아스, 오딧세이아를 우리가 꿰는 일은 무망하다.

그렇지만, 호메로스의 서사시 안에는 서양 문명의 많은 것이 담겨있다.

 

문학의 기원, 문명의 효시, 인생의 통찰을 찾아 떠나는 지적 여행

 

이것이 이 책의 부제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서양 사람 중심이어서, 우리는 같이 떠나기 좀 어려운 여행이긴 하다.

 

내가 아는 한에서,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이명박이가 폐지시킨 ebs 고전읽기의 그것들이다.

팟빵에서 <명로진 권진영의 고전읽기>에 가면 일리아스, 오딧세이아를 풀어준다.

김희영 작가님의 필력과 명,권의 호흡, 최보아 피디의 기술력이 호메로스를 읽기 쉽게 만들어 준다.

아니, 읽을 수 없던 불가능의 땅을 말랑말랑 친숙하게 열어준다.

그 방송을 두어 번 듣고 나서 책을 펴면,

아니, 이 책이 이런 거였어? 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나의 경험일 뿐)

 

프랑스의 대입 바까로레아에 문학에서 '바다'의 의미를 작품을 들어가며 이야기하라는 논제가 있었다 한다.

그럴 때 호메로스를 들먹이면 딱이다.

 

실제 호메로스는

전투적이고 거대하며 정글을 헤치며 분투하고

조밀하고 불안스럽다가 마침내 계시적인 순간을,

폭풍이나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땅으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야가 열리는 순간을 보여준다.(61)

 

트로이 이야기의 한 부분이 '일리아스'인데,

호메로스의 이야기는 저 많은 짜릿한 순간들을 다 담고 있다.

숱한 고유명사와 종족 이름들이 독서를 가로막지만,

명,권,고를 듣고 나면, 아카이오이족이 친숙해 진다.

 

플라톤은 시의 작동방식을 밝혀냈는데

그것은 바로 호메로스를 사랑하는 것은

어떤 의지가 개입된 행위가 아니라는 것.

당신이 호메로스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호메로스가 차지한다.

당신도 호메로스에게 커튼 고리처럼 매달려 있게 되고...(68)

 

철학인의 나라를 꿈꾼 플라톤의 시대에는

호메로스의 시대의 영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으리라.

민주시대에는 박정희식 통치를 부정할 수밖에 없듯,

호메로스에 매달리는 것은 플라톤의 철인통치에 위배된다.

 

인생의 중반기에 들어선 남자인 내게 불현듯,

이 시가 그때, 그곳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27)

 

이렇게 꼬드기며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 사실 뒷부분은 잡다하고 복잡한 서양의 고증에 할애된다.

 

균형이 맞고 앉을 자리와 필요한 장비가 제대로 갖춰진 배에 올라탄 채 세상을 얻고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더 넓고 깊게 생각하면서

모험이나 고향집이나 전쟁터로 떠났던 사람들이 느꼈을 어떤 가능성의 힘을...

비로소 이해하고 느끼기 시작(305)

 

이것이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란다.

암튼, 호메로스의 배와 그 바다를 만날 만 하다.

 

우리의 구전문학이 다양한 계층이 향유하면서 만들어가는 적층문학이듯,

호메로스도 개인이라기보다는 시대 정신의 표상이다.

 

부분부분 재미있고, 많은 부분 지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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