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당신 문학동네 시집 71
김용택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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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시집을 읽다 보면, 두고두고 곱씹고 싶은 시가 생기기 마련이고, 그런 시는 어디 베껴 놓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시에 대한 리뷰를 쓰면 시를 한두 편 베끼게 된다.

이 시집은 이제 김용택에 대해서 좀 질리게 하는 데가 있다.

이 시집에서 베끼고 싶은 시가 솔직히 없었다.

섬진강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왜 그리도 두루뭉술해졌는지... 안타깝다.

시절이 그를 늙혔을 수도 있고, 시절이 그를 닳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름을 팔아 이런 시집을 낸다는 것은 김용택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못내 아쉽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박완서 소설과 같이 실린 '그 여자네 집'만 해도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있던 시였는데...

이 시집에서 삘~이 팍 꽂히는 구절은 책날개에 실린 이문재의 서평이다.

그물코가 많이 성겨졌다. 작은 것들은 다 빠져나간다. 월척만 걸려든다. 너와 나를, 삶과 세계를 넌지시 바라볼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생긴 것이다. 안으로는 여백이, 밖으로는 여유가 흘러넘치는데, 아, 시절은 봄인 것이라. 만화방창인 것이라, 화무십일홍인 것이라, 춘몽인 것이라! 행과 행 사이를 잔뜩 벌려놓고서는, 짐짓 언어를 아낀다.  우중충한 산문의 시대를 넌지시 꾸짖는 흔쾌한 운문이다. 미니멀리즘이다. 시적 대상과 직통하는 생생한 시어들. 그래서 당신, 그래서 시인!

그물코가 많이 성겨져서 작은 것들이 다 빠져나가고 뼈대만으로 어찌 살 수 있으랴...

나는 저 행과 행 사이를 잔뜩 벌려놓고서는, 짐짓 종이를 낭비하는 이런 책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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