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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시 읽기 2 ㅣ 나라말 중학생 문고
이명주 엮음 / 나라말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국어 시간에 시 읽기 1권을 읽은 느낌은 참 밝았다. 선생님이 이렇게 시에 대해서 마음을 먹고 가르쳐야 하는구나 하고.
2권도 내쳐 읽었는데, 이 책은 좀 구태를 벗지 못한 느낌이다.
교사들의 착잡한 심정이나 교육의 굴레에 대해서 적은 글들, 아이들이 좌절하는 마음으로 적은 글들을 보면서, 0양이 죽은 지 20년이 지났건만 아이들을 옭죄는 올가미는 더 굵어지고 더 튼튼해진 느낌이다.
교사로써 부끄러움을 많이 갖게 하는 시집이다.
이 책은 수업 활용 면 보다는 교사들에게 더 감동을 줄 듯 하다.
요즘 아이들의 사회 의식이란 것이 정말 보잘 것 없기 때문일까?
그렇지만 <상처받는 가슴> 같은 작품은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 있는 글이다.
상처받는 가슴/ 강진영
엄마 아빠 싸울 때/ 아빠 말씀은// 하나하나 가시되어/ 엄마 가슴 찌르고,// 아빠 엄마 싸울 때/ 엄마 말씀은// 하나하나 바늘되어/ 아빠 가슴 찌르고// 그러나 아무도 모를 거야.// 아빠 가시, 엄마 바늘/ 우리 가슴 찌르는 것을.
안도현의 <애기 똥풀>은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치는 시다.
나 서른 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김수영, 문병란의 글들은 언제나 가슴을 쿡 찌르고, 도종환이 되고 싶던 선생은 바로 내가 되고 싶던 선생이고, 그가 되어 버린 교사는 내가 서 있는 모습 그대로의 비겁한 모습이다.
빗방울 하나가 5
무엇인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륵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강은교의 이 시는 읽기만 하여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말소리만으로도 풍족한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