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잊었는가. 모두 잊어버렸는가.... 하던 26년 전의 5월을 우리들은 잊지 않았다.

내가 대학 강의실에서 읽었던 얼룩얼룩한 인쇄물들과 여러 번의 복사를 통해서 흐릿해진 사진들 속의 피눈물들을...

강풀은 무등의 5월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5월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고, 권력자의 주변에서 아무 생각없이 <열심히> 살고 있는 생활인들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적 특성인 <망각>이라는 조각상을 망치 한 방으로 통쾌하게 깨버리고,
<용서>에는 반드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함을 가르쳤다.

해결책은 그것뿐이 없음을 이 만화를 통하여 강풀은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26년이 지난 지금도 광주와 삼청 교육대의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망월동을 바라보며 날마다 눈물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이 만화는 고마운 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치유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하더라도, 위로가 되는 진통제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리고 26년을 망각하고 하루하루의 생활에 얽매인 한국인들에게,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을 욕하기 전에, 한국에서 과연 <죄송합니다. 다 제 책임입니다.>하고 반성한 놈 있었는지 강풀은 외치고 있는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겨레 신문을 욕하고, 노조와 노동자들을 욕하고,
스크린쿼터 반대하는 영화인들을 욕하고,
FTA 반대하는 데모꾼들을 욕한다.
전교조를 욕하고, 자기 자식을 욕하고, 자기 친구를 욕하고, 바로 자신를 욕한다.

우리에게 서로 욕하고 서로를 헐뜯으며 이전투구를 벌이도록 꼭두각시 놀음줄을 흔들고 있는 이의 이름은 바로 <자본>이다.

한국 정치라고 하면, 대통령과 여당에게 모든 잘못이 있다고 여길 정도로 이 땅에선 대통령과 여당의 힘과 권력, 그 부패가 심했던 것이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적은 <여당>도 <야당>도 <미국>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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