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고라즈데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92년에서 95년까지 이어진 보스니아 내전의 실체를 이적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고라즈데는 이름만 안전지대지, 전혀 안전하지 못한 지역이었다.

조사코는 거기 네 번이나 가서 양심의 기록자로서 취재를 한다.

팔레스타인이 널리 알려진 비극이라면, 보스니아는 알려지지 않은 비극이다.

잔혹한 그림들을 보노라니, 한국 전쟁때 자행된 살육들이 오버랩된다.

동부 무슬림들에 대한 인종 청소는 바로 이웃 사람들인 세르비아 반군에 의해 이루어진다.

종교가 다르다고 이적지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을 도륙하는 행위는 비인간적인 것이 아니다.

전쟁이 나고, 광기가 지배하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극히 인간적인 행동이다.

전혀 자연스럽지 않고, 동물의 세계에선 볼 수 없는, 인간만이 저지를 수 있는 만행이 것이다.

만행이란 말도, 오랑캐나 저지르는 행위란 비속한 뜻으로 쓰이지만, 아무리 영장류니 만물의 척도니 꼴깝을 떨다가도, 전쟁이란 상황에서는 사소한 사상과 이념의 차이로 이웃을, 민족을 살육할 수 있는 것이다.

삶의 옆에서 죽음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오로지 먹고 살아 남는 것, 그것이 삶의 목적이었던 보스니아의 고라즈데...

조 사코가 팔레스타인에서 보여주었던 것 이상의 추악한 인간사를 보여주고 있다.

전쟁의 시기에 인간의 인위적인 자비나 도덕을 전면적으로 거부했던, 그래서 짐승처럼 자연만이 최고라던 노자나 장자의 <부쟁>의 철학은 피흘리는 이웃을 보고는 누구나 절감하는 생각들이 아닐까?

인간만이 사과 하나
반으로 쪼개
나눠 먹을 줄 안다...고 인간을 긍정한 김남주씨도

결국 인간에 의해 감옥에서 날을 지새다 병을 얻어 죽고 말듯이,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종족이 된 오늘날, 이런 책을 읽는 일은 마음 아프다.

그러나, 이런 책을 읽는 일은 비극을 막는 최소한의 양심을 일깨우는 작업이기도 하다.

조 사코, 만화로 일깨운 그의 저널리즘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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