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자가 스승을 찾아와 이렇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온갖 번뇌가 머리 속을 떠니자 않아 괴롭습니다."

스승이 말했습니다.
"그럼, 놓아라, 놓아 버려라."

제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스승님, 저는 번뇌를 떨쳐버리고 싶지만 번외가 저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스승은 제자에게 작은 나뭇가지를 하나 구해오라고 일렀습니다.
"그 나뭇가지를 꼭 움켜잡아라. 손을 움직이지 말고 마음 속으로만 놓아라 놓아라, 소리를 질러봐라."

제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스승이 시키는 대로 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스승이 다시 일렀습니다.
"이제 움켜쥔 주먹을 펴라."

이윽고, '툭'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나뭇가지가 너를 잡고 있었느냐, 네가 나뭇가지를 잡고 있었느냐."

제자는 스승 앞에 엎드려 통곡하고 번뇌를 벗었습니다.

                                                                김수덕 명상 에세이, <새벽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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