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란 무엇인가?
스즈키 다이세쓰 지음, 이목 옮김 / 이론과실천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받아들이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처음의 독서이고, 마음이 받아들이는 것이 궁극의 독서다.

이 책을 반 쯤 읽다가 던져 두었던 것이 미안해서, 다시 주말을 이용해서 곰곰 읽어 보았다. 다 읽긴 했지만 역시 오리무중이다.

제목처럼 선이란 무엇인지... 거기 대해서 깨달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심정적 동조라도 얻고 싶었던 기대치는 차치하고, 스즈키 다이세츠라는 유명한 사람에 대해서까지 불신하게 되는 책이 되고 말았다.

서양 사람들의 불교 이야기를 읽노라면 스즈키 선사에 대한 스승으로서의 존경심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래서 읽었건만, 번역의 문제일지, 내 심보의 문제일지...

서양에게 동양의 존재는 신비스런 것이었다. 고요한 은자들이 사는 곳으로 상상되는 곳이었다.
그들에게 동양의 불교를 알린 것은, 원산지 인도도, 발흥지 중국도, 선불교의 보고 한국도 아닌, 군국주의자들 일본 사람들이었다. 사실 서양이 알고 있는 동양의 역사, 동양의 철학, 동양의 사상은 모두 일본 사람들이 소개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세기를 번역에 바친 일본인들의 헌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불교도 마찬가지인 것을 보고 머리가 아찔하다.

한국 불교가 높다는 것이 아니다. 불교의 모습을 제대로 밝히고 선의 정수를 드러내기에는 이 책의 존재가 그를 위해 죽어준 나무에게 미안하다.

글쓴이든, 번역자든, 잘못 읽은 나든, 누군가는 회초리를 맞아야 할 것인데, 나는 회초리를 피하고픈 생각에 몇 자 적는다. 아직 잡스런 생각이 가득할 뿐, 마음이 허허로운 탓이리라...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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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9-12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 실망을 했습니다.
분명히 예전에 본 낡은 책의 제목이 이것이었는데... 하고 말이죠...
근데 다이세츠의 같은 제목을 달리 옮겨놓은 책이 있습니다.
'아홉마당으로 풀어쓴 선'입니다.
이 책은 아마 글샘님의 꼬인 마음의 실타래를 좀 풀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샘 2006-09-1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저랑 같은 마음으로 책을 읽으셨다니 좀 위로가 되는군요. ㅎㅎㅎ
다이세츠의 그 책을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