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만한 당신 - 함께 있어 든든했던,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가만한 당신
최윤필 지음 / 마음산책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1987년 서울은 뜨거웠다. 아니 전국이 뜨거웠다.

이듬해 올림픽을 준비한답시고 서머타임까지 적용되어

9시까지 도심은 훤했고, 서울 도심을 휩쓰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이제 30년이 지난 2017년.

당시의 청춘들은 머리가 희끗해 진 나이가 되었지만,

다시 광장에서 썩은 정부를 도려냈다.

거기 가만한 당신들이 있었다.

참 고마웠다.

 

인간은 죽는다. 세상은 영원하지 않고 변한다.

이것만이 유일의 진리다.

 

역사가의 임무는 독일 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쓸만한 버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대화에 끊임없이 개입함으로써

보다 긍정적인 국민적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328)

 

도종환을 문체부에 앉히려 하니, 역사관 논쟁이 불거진다.

참 한심한 세력들이다. 이병도를 비롯한 친일 사학자들이 시작한 역사교과서는

국정교과서까지 뉴라이트까지 썩어빠진 것들이다.

긍정적인 국민적 정체성에 강조점을 두면 좋겠다.

 

닌텐도 사장은

내 명함에 적힌 직함은 사장이지만

머릿속에서 나는 게임 개발자고,

마음만은 언제나 게이머의 마음.(303)

 

사장이 되면 다 잊어서는 변화가 없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는 법이다.

 

우리는 정치인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그게 과학자들의 책임이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 청중들을 찾아야 한다.(290)

 

고리 원전을 드디어 닫는다 한다.

핵발전소를 해체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결코 싸지 않은 비용이다.

그리고... 판도라는 언제나 가능태다.

요즘 한국에서 살면서 좋은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다.

우리 386 세대는 죽을 때까지 촛불을 들 각오로 살아야한다.

 

한때 나도 사람들이 생각하듯 세상이 점점 나아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순진한 생각이다.

세상은 이상이 아니라 권력과 돈에 의해 움직인다.

세상을 나아지게 하려면

맞설만한 이유가 있는 한 끝까지 맞서는 도리밖에 없다.(122)

 

이유가 있는 한, 끝까지 맞서는 도리밖에 없단다.

 

풀러렌. 축구공.

탄소원자 60개.(273)

 

재미있는 단어를 배웠다. 풀러렌.

 

넌 이 쇼의 주인공이 아냐.

작가는 이 작품에 3년 6개월을 매달렸고 출판사는 큰돈을 걸었어.

그러니 넌 물러서.(262)

 

겸손해야하는 표지디자이너의 마음이다.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그는 40세되던 해부터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습작을 썼다.(251)

 

P.D. 제임스라는 추리작가의 이야기다.

70이 넘은 나이에

나는 죽기 전에 열 가지의 악기를 배우겠다, 고 마음먹은 사람 이야기도 들었다.

나도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은 있으나,

저런 용기가 없었다.

한번 써보고도 싶다.

 

미국 독서시장의 미래는 독자와 작가에게 달려있다.

아마존이 아니고,

도서전의 패널리스트가 아니라는 얘기다.

난 책을 읽지 않는 것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244)

 

솔직한 말이다.

한국 영화 시장을 보면 안다.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면(요즘말로 취,저)

대중은 따라온다.

나영석이 영악한 면이 그런 거다.

 

과식이란 정서적으로 풀어야 할 정서적 문제.

먹는 게 삶의 보상일 수도 삶의 하이라이트일 수도 없다.

삶의 보상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187)

 

진 나이데치는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고민거리를 두고 식욕을 잃는 사람과

고민을 잊기 위해 뭐든 먹어야 하는 사람.

전자는 민간인, 그들에게 음식은 그냥 음식일 뿐이어서 우리가 벌이는 전쟁에 가담할 필요가 없다.

후자는 비만. 그는 몸무게 감시자들을 조직했다.(179)

 

전반 40년을 비만녀로, 후반 51년을 전 비만녀로 살았던 진.

그는 마흔 이후 한 번도 64 킬로그램을 넘긴 적 없다 한다.

 

모든 과정은 증류 DISTILLING

극한까지 증류한 뒤남는 최소한의 것들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표현될 때 기쁘다.(173)

 

캐리커쳐는 증류다.

이런 일이 많다.

핵심을 증류하는 것.

 

주거복지는 사회복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긴 시간과 많은 예산이 들고

민사적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얽혀 묘안을 찾기도

잡음없이 추진하기도 힘든 분야로 꼽힌다.

제한적 예산으로 양과 질을 절충하며 나아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미국의 주거복지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것도 그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처럼 심한 양극화 사회에서 평균이란 사실 무시해도 좋은 숫자다.(113)

 

문재인 정부가 한달간 참 잘 해왔다.

중요한 것은 주거 복지와 교육 정책을 손대는 것인데,

이런 것을 장기적으로 추진하면 좋겠다.

당장 뭘 하는 것보다 더 장기적으로 가면, 국민이 더 장기적으로 믿어주지 않을까 싶다.

 

재판에서 피해자는 "그런 일을 겪은 뒤 사는 게 어떤 건지 아느냐."

고 따졌단다.

벨덕은 "죄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게 어떤 건지는 아느냐"고 반박했다.(118)

 

흑인이나 약자에 대한 변호는 이렇게 어렴다.

 

1968년 징병사무소에서 징병관 눈앞에서 징병 서류를 몽땅 들고 나와

주차장에서 불태운 뒤 선언문을 낭독했다.

우리는 국가의 범죄행위를 마주하고도 침묵과 비겁함으로 일관하는

미국의 가톨릭과 여타 기독교 기관, 유대교회를 눈앞에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관료적 종교기구들이 인종차별적이며

이 전쟁의 공범이며,

가난한 자들에게 냉담하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49)

 

68 혁명은 그렇게 흘러가 지금도 각인되어있다.

 

인류가 유전자의 충동을 극복할 수 있고

또 그래왔다는 사실과

유구한 폭력의 사슬을 귾기 위해 각성해야 한다.

다행히 문화의 진화 속도가 생물학의 진화보다 빠르다는 사실이

이 위험한 세계의 희망이다.

그러나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의 분쟁지역의 고문, 살육, 강간 보고를 볼 때

그 희망은 불안한 희망이다.(17)

 

야만의 과거를 반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가만한 죽음들을 이렇게 읽어야 하는 것이다.

 

'함께' 라는 단어를 보면 존 버거가 떠오른다.

"연대가 중요한 것은 지옥이지 천국이 아니에요. 그렇지 않나요?"(서문)

 

아, 다시 존 버거를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곳은 지옥에 가깝다.

헬조선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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