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 요리사 박찬일의 순수 본류의 맛 기행
박찬일 지음 / 불광출판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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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205)

 

음식을 하나의 즐거움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수행으로 여긴다면 더 생각할 것이 많으리라.

 

박찬일의 글맛과

스님들의 담박한 음식맛이 어우러진 책이다.

 

무심한 듯 보이는 모든 존재가

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악착같이 제 몫을 다하는 일,

스님은 그것을 초발심이라고 했다.(205)

 

욕망 없이, 기왕지사 받은 것, 먹게끔 하는 일이 불성인데...(159)

 

회광반조, 조고각하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면서 자신의 욕심에 끌려 세상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다가,

죽을 때가 임박하면 온전한 정신 (마음이 선량해 지는 것)이 한 번 생기고,

바로 이 맑은 정신을 가지고 지나온 자기의 일생을 돌아보며 반성한다는 것이 회광반조이고,

조고각하는 발 아래(현실, 현재)를 제대로 보라는 가르침이다.

 

헛된 망상과 욕심이 너무 많다.

그렇게 예뻐하던 자식인데도,

경쟁을 하면 더 잘하길 바라게 되고,

세상이 험하면 내자식만이라도... 하게 된다.

이제 대한민국을 새로 건국하는 일은,

내자식만이 아니라, 세상을 좀더 낫게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이 필요하다.

 

GMO 문제도 충분히 검증해야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디디티, 플라스틱 젖병 등도 안전하다고 쓰다가 믿을 만한 것이 아니란 것은

나중에야 밝혀졌다.

 

나는 의심한다.(119)

 

감자는 채소로 된 별이다.

감자는 흙에서 양분을 흡수하고 그 양분을 지닌 채

감자 별자리를 여행한다.

감자는 지구에 별똥별로 떨어진다.(101, 앙리 쿠에코, 감자일기 중)

 

감자가 시가 되었다. 좋다.

 

묵은 눈이 갈라진 자리에 햇볕이 스몄다.

헐거워진 흙 알갱이 사이로 냉이가 올라왔다.

언 땅에서 뽑아낸 냉이 뿌리는 통째로 씹으면 쌉살했고

국물에서는 해토머리의 흙냄새와 햇볕 냄새가 났다.

겨우내 묵은 몸속으로 냉이 국물은 체액처럼 퍼져서 창자의 먼 끝을 적셨다.(17, 김훈, 남한산성)

 

이 책에서 '육수' 외에도

채소로 만든 액체를 채수란 용어를 써서 속이 시원하다.

 

채소 육수 vegetable stock는 자연스럽지 않다.

스톡이 이미 육수란 뜻이니, 불립 문자인 셈.(47)

 

불립문자가 저 경우에 제대로 쓰인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채수는 좋다.

 

도마도는 도를 닦는 일이고,

오이는 오이십, 십년 늙는 일이라는 일이다.(90)

 

말놀이지만, 농사는 힘들다.

 

먹어서 영양을 취하되, 먹어서 덜어내는 일,

이 역설의 사찰음식에 스님이 있다.(33)

 

인간은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취하기만 하고 덜어내지는 않는 삶에 대한 반성.

먹는 일이 곧 수행이다.

 

잡초라 부르는 풀이 정만 대단해요.

호박이 꼼짝을 못해요.

저 들판에 던져진 삶이니 얼마나 악착같겠어요.

우리 삶도 좀 그런 맛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거칠게 필사적으로 기도를 해보지 않고서

덕을 얻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겠나.(207)

 

이런 말엔 좀 의심도 든다.

한국인이 이렇게 모질어 진것도 다 잡초같이 험하게 살아서란 생각이 든다.

순한 마음이라곤 없고

독사처럼 모질게 제자식이나 건사하자고 대드는 풍조는 흡사 잡초다.

악착같은 세상, '齷,齪' 악착이란 모질다는 뜻인데, 잡초가 곧 민초다.

짓밟힌 백성으로 오래 살면 악착같이 살게 된다.

 

두부는 밀도의 요리지요.

엉기는 것도 밀도이고

입에 꽉 차서 부드럽게 풀리는 맛도 밀도이고,

담백하다는 말도 두부에서 딱 들어맞아요.(237)

 

계절별로 글을 묶었지만,

계절과 상관없이 읽어도 좋다.

 

냉이로 시작해서 한겨울 배추로 마치는 것이 흐름이 있어보이지만,

'길'은 가는대로 생기는 것이라 했으니,

어디서나 '도'를 찾을 수 있다 생각하면

먹는 일 하나에도 마음 쓰기 나름이란 걸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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