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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
비페이위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4월
평점 :
마사지사로 만난 비페이위.
맹인 마사지사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애증이
숨소리까지 살아날 듯이 그려진 소설이어서, 그의 평원을 만났다.
1976년, 문화대혁명기의 농촌,
식상할 것처럼 보이는 주제일 수도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시대보다는 사람이 돋보인다.
55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이지만,
정말 재미있고 우스운 이야기들로 가득해서
인물들의 해학적이고도 비극적인 삶이 아련한 추억처럼 남는다.
농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생동감을 입고 숨쉬는 듯 그려지기도 하고,
싼야와 두안팡의 불타오를듯한 열정,
그리고 허망하게도 죽음에 이르는 스토리들이
멀리서 고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삶은 두부 한 모와 같다.
삶은 시간한테 뺨따귀를 얻어맞고 새하얗게 부서져 날아간다.
도로 맞출 수 없는 그 부스러기야말로
삶의 진정한 형태로,
솥 안에서 흩어진 다음에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시 한 그릇에 담기고 나서야
결국 하나의 두부에서 부서진 것임을 인정받지만
원래의 네모반듯한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시고 달고 쓰고 맵다. 뜨겁다.
한입 먹으면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추억을 남기는 것뿐이다.
그것뿐이다.(475)
읽다보면,
그것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그대로 시가 되는 것 같다.
생동하는 인물들의 역동감을 느끼다 보면,
비극적인 시대조차도 싱그러운 땅의 냄새에 묻힐 듯 싶다.
삶은 어찌 흘러갈지 모르는 것이다.
지적인 인물로 그려지던 우만링의 결말을 보나,
링거로 사이다를 만들던 의사의 이야기를 보나,
평원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풀들처럼,
삶은 추억을 남기는 시간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