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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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종 데트르...  라는 불어로 제목을 붙인 이유는... 잘난 체?

 

나의 레종 데트르는

한 좋아함에서 출발하여

더 이상 좋아할 수 없음으로 귀착되는 사이사이에 잠깐씩 마련되는 휴식같은 데 있다.

그러나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리는 일,

그러니까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그 감정을 상실하는 일을 멈출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15)

 

십여 년 전에 비로소 한국이라는 나라의 비루함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거짓말'이나 마광수 같은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때,

책읽는 일 역시, 아나로그 시절이었을 때, 그가 읽은 책들에 대한 목록이다.

 

일관성도 없고, 푸지게 많이 읽은 느낌이어서 좀 식상하기도 하지만,

한 시절을 읽은 그이 책들을 구경하는 정도에서 만족했다.

 

일단 기형도 시의 특징을 들자면

고전적인 이미지 통일성이 남다르게 뛰어난 점,

작품 안에 서사가 존재하고 있으며

영상으로 치환될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 구현이...

아울러 사후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작품 전편에 무겁게 흐르고 있는 타나토스적 충동의 치열성과

아울러 존재의 생기를 완전히 무화시키는

어둡고 막막한 이미지들이 독자 가슴에 내밀하게 와 닿은...(63)

 

기형도를 만나는 일은 아득하다.

그의 시가 아득하기도 하지만,

1989년 전교조로 해직을 고민한 시기에 읽은 시이기도 했고,

결국 입대 영장을 받아들고 만난 시이기도 했기에, 이런저런 말보다

그의 시는 이미지로 가슴을 짓치고 들어와 살았던 시여서다.

 

한 시대와 역사를 '거울'로서 반영하고 '램프'로서 전망하는 선지적 기능을...(126)

 

문학의 기능에 대하여 리얼리즘의 입장에서

반영하고 전망하는 승리의 전망을 토론하던 시기에 읽은 책의 제목이다. 거울과 램프...

 

이호철 세대를 부정하면 철모른다 할 것이고

김영하 유를 부정하면 고루하다 할 것이다.

나이를 떠나 그 가운데 서서 양쪽의 세계를 다 품고 싶다는건 과욕일까?

한데 요즘은 누구나 무작정 젊고 싶어만 한다.

젊다는 게 대체 뭐람.(131)

 

젊다는 게 무엇이 좋은지

더 늙어서 병상에 드러누워야 아는 것이 인간이다.

그렇지만, 젊음의 몸매와 외모만 추구하는 세태는

늙어 병상에 드러누워 지내는 시간이 더 길어질 미래에는... 글쎄 좌절만 남지 않으려나...

 

다들 망거질 때 망거지지 않은 놈은 망거진 놈뿐야.(138)

 

황동규의 말이라 한다.

1990년대 다들 망거져갈 때... 망거지지 않은 체 잔치를 하던 것들도 있었다.

 

조성기의 <종희의 아름다운 시절> 그걸 두번 읽었다.

아름다운 시절 - 서러운 시절 - 참혹한 시절로 이어지는

3부작에 흠뻑 빠졌다.

아름다워서, 서러워서, 또한 참혹해서.(143)

 

조성기를 찾아읽고 싶다.

 

의미없고 요령없는 박학의 작업장에서

너와 네 애인이 따먹을 만한 열매가 익는단 말이냐.(194)

 

마르크스의 아버지가 법학을 하지 않는 자식에게 들려준 욕이란다.

 

책읽는 일은 언제나 그렇다.

조선 시대부터 시험 공부만을 <의미와 요령>이라 일컬었던 나라여서

아직도 독서는 의미없고 요령없는 작업장 취급을 받는다.

 

마지막부분에 한국 까발리기와 민족주의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오랜 시간 자유로운 사고의 시기가 지나가야 하리라...

 

그의 자유로운 글들에 담긴 영혼이

꽃피는 날이 오기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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