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의 기자들
고종석 지음 / 새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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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는 후일담의 시대다.

부패한 자본의 시대와 맞선 공산주의 세계가 급격히 붕괴하였고,

그 세계 역시 부패하였음을 확인하게 되면서

신자본의 시대는 인간을 더욱 대상으로 생각하게 된다.

 

유럽에서는 세르비아라는 작은 도화선에서 전쟁을 하게 되고,

다국적군은 이틈을 노려 또 전쟁에서 이득을 꾀한다.

그 틈새에서 신 나치주의, 반 유대주의 등이 발흥하여 극우의 기치를 세운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결국 근본은 돈이고 밥그릇 싸움인데, 명분은 조금씩 바뀌어왔다.

 

세르비아는 한낱 가난하고 조그만 나라일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세르비아 사람들이 전쟁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식으로.

이런 선전을 무기로

서방의 정치 종교 권력은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들의 군수 산업과 경제 일반에 도움을 줄 이 전쟁을.(317)

 

빠리에서 <유럽의 기자들>이란 단체에 속해 활동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우정과 다양한 지적, 세계사적 토크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소설이라면 소설이겠지만,

후일담 소설들이 그러하듯, 시대를 담는 것이 우선이라 재미없을 수도 있다.

나처럼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추억에 잠겨 그땐 그랬지~ 라고 읽을 수도 있고.

 

시간을 중시하는 독일과

공간을 중시하는 프랑스.

내겐 그것이 마치

왜 음악사의 중요한 인물들이 대개 독일어 이름을 지녔고,

왜 미술사가 프랑스를 중심으로 쓰여야 했는지에 댛나 설명처럼 보였다.

(103)

 

스스로 견강부회임을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기하학적 빠리와 정돈되지 못한 베를린을 보면서 느낀 느낌도 재미있다.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될 수 없어.(198)

 

언어에 대한 다양한 책도 낸 사람이니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말이리라.

고종석의 책은 언어학에 대한 잡학다식한 사변을 늘어놓는 것이 어울린다.

절필이라면서 ㅋ

계속 출간을 잇기보다는, 좀 새로운 국면으로 글을 쓰는 것도 좋으리라.

 

이 시대부터 유럽의 난민 문제는 심각했던 모양이다.

 

그것은 나치즘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고,  전쟁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117)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진짜 이유는

외국인들의 존재가 아니라 산업구조조정의 실패인데도,

사람들 사이의 연대가 허물어져 내리고 있는 독일.(151)

 

작금의 테러가 유럽에서 빈발하는 근원을 살피는 듯 싶다.

말로는 쉽지만 해결책이 나오기는 어려운 문제다.

점점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는 형국이니...

 

고르비가 페레스트로이카를 제창하며 내건 구호는 '레닌에게로 돌아가자'였으나,

레닌이 스탈린을 몰아내자 그의 동상도 끌어내려졌고, 이제 마르크스마져 헐값에 팔렸다.

역사는 무상하고 인심은 염량.(133)

 

역사도 세상도 알 수 없다.

개혁과 민주를 외치던 정부가 반동 보수 정부로 향하는 것도 세상의 흐름이다.

 

철학자들은 세계를 단지 다양하게 해석해왔을 분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160)

 

200년 전의 마르크스의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에 담긴 말이란다.

옳고 중요하지만, 늘 놓치기도 하고, 사실은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자인 작가가

기자들의 삶과 일에 대하여 적은 르뽀 같기도 하다.

 

기자는 기록하는 자이지만

그 기록은 자신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남에 대한 기록이다.

남의 삶을 엿보고 싶은 호기심,

자기가 엿본 것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광고 충동,

그런 것들이 기자의 운명 아닐까?(329)

 

이 구절이 이 책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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