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문학과지성 시인선 494
서효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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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wo some place...라는 커피집이 있다.

둘이서 썸타는 곳이라는 말이려니 하는데,

그렇게 플레이스는 둘만의 추억이 담긴 공간을 가리킨다.

한국어로 <장소>나 <공간>도 조금 다르고

영어의 스페이스와 플레이스도 다르다.

우주 공간도 스페이스고, 빈 공간도 스페이스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서도

아련한 동경이 있을 수도 있다.

가본 곳도 스쳐지난 곳에는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진 용어의 풍크툼은 뭔가 추억이나 사연이 담긴 장소에 가까울 것이고,

스투디움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공간에 가까울 것이다.

 

서효인은

자신이 돌아다니며 묻힌 냄새와

추억과 상념과 사고와 기억들을

장소로 만드는 묘미를 아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여수)

 

이렇게 여수는 그에게 투섬플레이스가 된다.

 

나도 이런 시들을 써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전주, 울산, 제천, 서울, 인사동, 인천, 광주, 나주곰탕거리, 서귀포이중섭거리, 성산갈치조림식당...

 

만났던 풍경과, 사람과, 냄새와, 추억과, 사념들이 헝클어진 기억을 남기는 일도 좋으리.

 

그 생각 속에는 역사 또한 엉겨있게 마련이다.

진주처럼 형평사 운동과 백정이 떠오르는 도시,

남강에서 그 비린내 같이 맡는 시들은 반갑다.

 

장소들은 행복을 부르지만은 않는다.

아픔과 고통으로 호명되는 장소들도 있게 마련.

 

광주의 분수대가 그러하고 금남로란 이름이 그렇다.

이제 진도와 목포라는 이름도...

 

공원에는 오랜 시간 맞아 평평해진 쓸쓸함이 있다.(효창공원)

 

한창훈의 '꽃의 나라'가 떠오른 송정리도 있었다.

 

권사까지 한 할매는

이른 새벽 홀로 제사상을 차리고,

나는 어쩐지 그곳이 예루살렘 같다고 느끼며...(송정리)

 

이른 아침,

어제가 부활절이었다고

조그만 종이 가방에

'예수님이 부활하셨네'란 글귀가 담긴 달걀을 놓고 간 아이가 있었다.

 

그 옆에 '여수'가 놓여있어

예수처럼도 보였다.

 

 

뒤표지에 반성의 문구가 멋지다.

성폭력 논란도 많았고, 표절 논란도 많았다.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문학의 이름을 빌려 자행되는

모든 위계와 차별 그리고 폭력에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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