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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 - 웃음을 잃지 않고 세상과 싸우는 법
린디 웨스트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목소리 큰 여자의 노트 - 꽥꽥 소리지르기~~~
영어로 이런 표제가 붙어 있다.
웃음을 잃지 않고 세상과 싸우는 법이라는 부제도 맘에 든다.
인간은 서로 닿을 수 있다.(361)
전통적으로 풍자는 힘없는 자들이 힘있는 자들에게 대항하는 무기입니다.
힘없는 자들을 조준하는 풍자는 그저 잔인한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저속하기까지 한 거고요.(259)
'위를 향한 주먹질'이어야 할 풍자가 '아래'를 향할 때,
이 땅에서처럼 약자를 위해 조직적으로 국가가 주먹질을 할 때
노무현과 세월호와 용산과 쌍차는
일베의 이름을 뒤집어쓴 국가의 주먹질 아래 난도질 당했다.
인간을 서로 다른 편으로 나누는 일처럼 관리하기 쉬운 법이 없다.
도다리를 이상한 생물 취급하는 것도 인간을 기준으로 나누어서 그렇다.
이 책의 작가는 코미디언이다.
엄청 뚱뚱하다는데, 자신의 몸을 스스로 비하하는 코미디를 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뚱녀 코미디언이나 못생긴 얼굴을 무기로 코미디를 하는 여성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자기 건강을 그따위로 관리해서 일찍 무덤 속에 들어가는 걸 보게 될 테니 기쁘다.
저년은 당뇨병으로 다리를 잘라내고
돼지기름으로 꽉막힌 동맥때문에
마흔에 심장마비가 오면 틀림없이 그것도 가부장제 탓으로 돌릴거야.(214)
이런 찌질한 인간들은 세상에 널려있다.
이런 인간들이 익명의 이름뒤에 숨어서 세상을 비난하지만,
사실 약자에 여성이 들어간 것 자체가 불공평한 세상인 것이다.
말 많은 청교도주의자들이 공교육 시스템의 목줄을 틀어쥔 이 나라에 사는 우리는
포괄적인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안전한 성행위를 기대할 수 있을까?(235)
음란물이 넘쳐나는 인터넷이 무한정 제공되는 세상에서,
올바른 교육은 중요하다.
작년에 강남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여성혐오 내지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약자들에게 보이는 관심 역시 '연대'와 맞닿아있다.
여성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범죄자여서 구속된 인간에 대하여
여자가 대통령이어서 나라를 망쳤다고 말하는 건 비겁하다. 무식하다.
페미나치(23)라는 말도 등장했다.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자들이 '극단적'이라고 페미니스트를 욕할 때 쓰는 말로,
메갈리언이라고 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리라.
한국 여성의 70%가 뚱뚱하다고 스스로를 부정한다고 한다.
완벽한 몸이라는 말은 거짓이다.(46)
물론 모델들은 늘씬한 것이 보기 좋을 수 있다.
그렇지만 먹방에 뚱뚱한 이들을 내세우면서, 그들이 당당해보이기보다는 개그맨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건강을 제치고, 몸매에만 관심을 두는 일은 성상품화의 전단계일 뿐이다.
삶에는 일관성있게 한 줄로 그어지는 포물선 같은 것도 없다.(62)
원인이 결과를 만들고,
자극이 반응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미움받을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이라는 시선을 무시할 때, 인간으로서 자존을 찾게 되는 것이다.
가임 여성 지도나 만드는 나라에서,
조금만 비판적이어도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나라에서,
이런 책은 아직 두려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제 왕의 목을 잘랐던 무식한 혁명보다 더한일을 우리는 했다.
남녀의 동등함을 이야기해도 좋을 때다.
노동자도 인간임을 이야기하고, 시급 일만원 시대를 논할 때다.
내 몸은 정치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세상을 움직이다니. 얼마나 큰 선물인가.(122)
깨달음과 당당함이 무기다.
인간이든, 여성이든.
여자들은 우리 자신이라는 그릇을 채울 기회를 얻지 못하는 때가 많다.(129)
유리천장이라는 한계가 있다.
여성이 일도 하면서 가사와 육아를 모두 떠안으면 그리 된다.
이번 금요일(2017.4.14)부터 공무원이 4시 퇴근을 한단다.
좋은 일이다.
외부인들은 욕을 할지 몰라도,
토요휴일제도 공무원, 은행이 먼저 했다.
조금씩 번지려면, 정경유착이 근절되어야 하고,
노동조합을 짓밟지 말아야 한다.
호주처럼 6주 휴가나, 프랑스처럼 7주 휴가도 미래에는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수치는 억압의 도구지 변화의 도구가 아니다.(150)
뚱뚱하다고 놀리는 일.
신체의 일부가 조금 다르다고 수치스러워하는 일은 억압이다.
세상이 좋아지는 데 필요한 건, 변화다. 억압은 아니다.
네가 사랑하는 새가 있는데
그 새가 네 곁에 머물면서 같이 돌아 다니기를 원한다면
새가 날아가지 못하게 주먹을 꽉 그러쥐어선 안 돼.
주먹을 쫙 펴고 새가 네 손바닥 위에 앉기를 기다려.
손아귀에 꽉 쥐고 있으면 그 새는 네 친구가 아냐.
너의 죄수지.
손을 쫙 펴고 사랑하라고.(314)
남자든 여자든, 사랑 앞에서는 서툴다.
그리고 불안하다.
새의 비유는 좋은 이야기다.
새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사랑은 마음이 맞닿는 일이고, 우리는 서로 닿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작가의 어머니는 '강한 사람은 작고 구체적인 것들과 싸운다.'(375)는 말을 했다.
여성 문제가 더 시끄럽게,
슈릴... shrill...의 말 그대로,
더 시끄럽고 소란스럽게, 꽥꽥거리며 터져나와야 한다.
김영애 씨의 투병과 사망 소식과 함께 이영돈 피디가 뭇매를 맞고 있다.
방송이 권력이 된 것은 이미 오래다.
약자의 목소리도 꽥꽥거려야 권력은 약해진다.
우리는 닿아야 한다는 목표를 버려서는 안 된다.
딱딱한 개념서에 비해,
실생활에서 이해하기 좋은 예들을 가득 늘어놓은
아름다운 페미니즘 입문서로 읽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