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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 <이방인>,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카멜 다우드 지음, 조현실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월
평점 :
몇 세기 전부터 식민자들은 자기들이 길들인 것들에는 이름을 주고,
자기들을 괴롭히는 것들에게선 이름을 빼앗으면서 재산을 늘려왔다네.(26쪽)
3년만에 세월호가 올라오고 있다.
2014년 4월 16일로부터 1073일만에...
이렇게 쉽게 인양할 것을 권력자가 내리 누르고 있었음을 증명하듯 쉽게 올라왔다.
이방인을 다시 쓰기한 책이다.
이방인이 프랑스인의 시점에서 본 부조리의 역설이라면,
이 책은 죽어간 아랍인의 시점에서 본 부조리의 본질에 대한 일갈이다.
아랍어를 쓰듯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내려간,
데칼코마니같은 이방인의 또 한 편.
그는 엘 루미, 즉 이방인이었거든.(54)
죽어간 아랍인의 동생 시점에서 본 뫼르소는,
자기들이 관점에서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무싸의 시신은 미스터리로 남아있게 될 거야.
책에서도 그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있잖아.
그건 충격적인 폭력을 부정하려는 것 아니었을까?
살인자는 총알이 발사되자마자 미스터리 쪽으로 방향을 틀지.
그가 눈부심이냐, 희생자냐, 둘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채로 계속 가는 동안,
내 형 주드는 슬그머니 그 장면에서 빠져 어딘지 모를 곳에 숨겨지고 말았네.
누구의 눈에도 안 띈 채.(71)
그러나, 진실은 수장되지 않았다.
이방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배 한 척, 몇백 명의 죽음 쯤이야
교통사고 같은 것일지 몰라도, 진실은 이방인들의 목줄을 옥죄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한 영혼을 죽이는 것은 인류 전체를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132)
코란에 나오는 말이라 한다.
약자들의 죽음에 눈감는 자는 진실을 보지 못한다.
아니, 진실을 호도하려 든다.
호도는 풀칠해서 덮어버리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인류는 죽지 않는다.
끈질기게 이어진다.
'뫼르소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아나?
아랍어로 엘 메르술.
사자' 또는 '전령' 이라는 뜻이야.
그럴듯하지? 안 그래?(198)
까뮈의 <전락>처럼
술집에서 상대에게 넋두리하는 방식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까뮈의 방식으로 까뮈가 밝히려는 부조리의 부조리함을 쓴 작가.
까뮈의 언어로 까뮈가 풍자하려던 세계의 한계를 드러낸 작가.
멋지다.
진실은 여러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거짓으로는 결코 진실을 가릴 수 없다.
이제 세월호의 다른 측면이 박근혜와 그 일당들의 목숨줄을 죄어들어가는
사필귀정의 나날들이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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