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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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자칫 내가 옳다는 생각에 빠질 때면  프린트한 사진을 책상에서 꺼내 바라볼 때도 있다.

만일 내게 기자로서 자부할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을 보도한 일이 아니라

이 사진을 보도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 기억을 떠올림으로써나마 아슬아슬하게 누군가의 비극을 서커스로 삼는 실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529)

 

네팔의 왕가 살인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왕의 죽음이라는 세계는 이슈가 되어 떠벌이기 쉬운 소재이지만,

진실을 알지 못하면서 주변에서 엮이는 이야기들도 많은 법이다.

그런 것을 '서커스'라고 불렀다.

서커스는 둘러싸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흥미 위주의 오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비가 있다는 걸 깨닫고 나면

그 다음은 대개 잘 풀립니다.(333)

 

호텔서 만난 조용한

선승의 이야기다.

 

자기가 처할 일 없는 참극은 더없이 자극적인 오락이야.(228)

 

2001년 9.11 이후, 세계는 무서워졌다.

참극과 오락이 하나가 되어버렸다.

하긴, 그 이전에도 걸프전은 그러했지만...

 

이런 입장에서 저널리즘에 대하여 반성하게 하는 소설이다.

헬조선을 만드는 여러 축 중의 하나가 방송이라는 잡것들이니 할말 없다.

 

신념을 가진 자는 아름다워.

믿는 길에 몸을 던지는 이의 삶은 처연하지.

하지만 도둑에게는 도둑의 신념이 사기꾼에게는 사기꾼의 신념이 있다.

신념을 갖는 것과 그것이 옳고 그름은 별개야.(225)

 

아, 저널리스트들에게 이런 것은 참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신념을 가진 자의 맹점이라고나 할까.

 

오늘 전직 대통령이 범죄자의 처지로 포토 라인에 서는 날이다.

역사로 보면 불행한 일이지만,

뇌물죄를 처벌하는 법치주의나

죄인은 벌받는다는 민주주의 원칙에선 진일보라 할 수 있다.

구속되고 처벌받아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보도해야할 언론이,

신념을 버리고 양시론이나 양비론을 펼칠 경우, 그들은 가짜가 된다.

 

옳고 그름을 버린 신념은 서커스를 좇는 시녀에 불과하니까...

그런 것들을 기레기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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