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리아 페이- 베르퀴스트·정희진 외 62인 지음, 김지선 옮김,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 & 레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글들로 가득하다.

처음 수십 페이지를 읽을 때는,

일관성도 없고 특별한 주제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 파편들에 실망했다.

(그래서 별을 하나 깎았다.)

그렇지만 읽어나가는 동안,

페미니즘의 관점은 어느 한 측면에서 시작하여 밀고 나가기 힘든 것임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를 늘어놓음으로써,

페미니즘의 다양한 주장의 초점들을 독자가 구성해나갈 수 있도록

열린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었다.

 

마지막 부분에 페미니즘의 다양한 측면을 찾아읽기 형식으로 인덱스를 붙여둔 것을 보니,

역시 그런 의도였구나 싶었다.

 

표지에는 여러 여성들의 모습이 조합되어 있다.

유색인종도 있고, 주근깨가 두드러지며,

미모보다는 자신감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한국 여성의 글도 몇 편 보인다.

한국 수준의 페미니즘과 다양한 유럽의 그것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도 진보적인 사람들조차

퀴어 축제나 성소수자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발언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고,

희한한 기독교의 나라에서 페미니즘에 저항하는 기독교가 가득한 것이 이 나라다.

 

여성 대통령이 먹통이 되어 감옥에 가게 생겼고,

이정미 헌재 재판관의 헤어롤이 재미있는 이야기로 회자된다.

 

미국에서도 70년대 이후 물가는 뛰는데 월급이 인상되지 않자

여성들이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더블 인컴이 되어야 겨우 살 수 있는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영화가

9 to 5 였다.

이제 더블 인컴에 노 키드(DINK)라야 산다는 딩크족도 생기는 판이다.

 

유색인종 여성에게는 더욱 심한 족쇄가 작용할 것이다.

 

정희진의 글에서,

그가 유학가려는데, 모든 가족들이 말했다는 걸 보고 반성했다.

 

식구들 밥은 어떡하고?(55)

 

나도 음식을 사먹는 걸 넘어서서 같이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합니다.

모두가 연대와 순환의 품 안에 있음을,

우리가 아주 작음을 알 것을

우리 별은 아주 작고 작아서,

그 안에서 조각조각 나뉜 나라란 게 우스워 보일 지경임을 알 것을

우리 모두가 하나하나의 나라이며

그 모임은 더 큰 생명의 일부임을 알 것을

그게 바로 내가 꿈꾸는 세상입니다.(140)

 

막연하지만, 다름을 소재로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강남역 살해를 계기로 메갈리아라는 여성들의 저항이 굉장했던 모양이다.

아직 더 시끄러워져야 한다.

 

레즈비언이라 놀리고 따돌리는 것,

그건 폭력의 한 유형이에요.

집단 따돌림은 인종주의, 성차별, 호모포비아, 트랜스포비아에서 나오죠.

교육은 이런 무지와 폭력을 멈추는 대신

연민과 사랑을 키워줍니다.(178)

 

대학 엠티에서 명문대생을 불문하고 성추행, 성폭력 추문에 휩싸인다.

닫힌 사회의 자화상인 셈이다.

사회는 닫아놓고, 야동의 상상만 활짝 열어 놓고,

아이들을 괴롭힌 결과다.

 

역시사지 잘하는 것도 능력이다.(195)

 

더 나은 사회를 설계하고,

자기들이 거기 속하는 사람과 속하지 않는 사람을 가려내는 방식에

도덕적 합리적 추론 과정을 갖다 붙이는 것,

그것은 제노사이드로 가는 길이다.

누가 속하는가?는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축출할 것인가...다.(268)

 

세상은 남성 중심으로 활짝 열려있다.

조선은 그 기울기가 극단적이어서 한국은 아직도 지독하게 심한 곳임을 알아야 한다.

 

여성들이 좋은 남성을 기다리기보다

남자에게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남성이 없어도 인생에 별일이 생기지 않는다.(282)

 

시댁, 육아, 직장, 명절...

이런 것이 행복한 결혼 생활에 지장주지 않는 사회라야,

유토피아에 조금 더 가까이 갈 것이다.

그것은 교육과 공화국의 국가가 할 일이 많다는 앞날을 상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교육과 국가를 움직이려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촛불을 드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촛불드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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