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명수 지음, 고원태 그림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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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살기 힘들다.

안철수가 힐링캠프 나와서 '출산 최저, 자살 최다'라는 말을 했다.

헬조선의 현실을 보여준다.

나쁜 것의 지수는 최고 높고,

행복 지수나 이런 긍정적 지표는 늘 바닥이다.

 

어른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다.

그렇다고 지옥을 벗어날 수도 없다.

우리말은 어디에서도 통용되지 않고,

사실 이 나라는 섬나라다.

 

사람들이, 마음이 지옥인 거대한 난파선에서

시의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하는 광경은 상상만으로도 장엄하고 설렌다.(11)

 

이 책은 커다른 위안의 샘이다.

천천히 읽어도 좋고,

대충 읽어도 좋다.

참 좋다.

 

웃음과 울음이 같은 音이란걸 어둠과 빛이

다른 色이 아니란 걸 알고 난 뒤

내 音色이 달라졌다(생각이 달라졌다, 천양희)

 

웃음과 울음에서 음이 보이다니...

아재 개그치고는 고급이다.

고급은 멋지다.

 

사람들의 기대를 배반해야 내 삶이 편안해지는 때가 있다.(168)

 

때론 간큰 사람이 되는 것도 괜찮다.

사실 남들의 기대란 나의 기대와는 무관한 경우가 많으니깐.

 

외부노출형 엘리베이터 유리벽 너머 저켠에서 한 아가씨가

차를 놓칠세라 힘차게 달려오고 있었는데

아, 저 아가씨, 탐스러운 길다란 생머리가

온통 출렁거리고 있었는데, 이런 식의,

출렁거림의, 역동성의 아름다움이란 생전

처음이었는데,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174)

 

생동감

생명력

이런 것으로 아름다움을 느끼는 날은

살고 싶은 날이다.

 

고통받는 이를 위로할 때는

논리적인 이유를 찾지 말고

침묵 가운데 함께 해야한다.

논리적인 이유를 찾는 행동은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나쁜 결과를 만든다.(187)

 

교황의 말이다.

세월호 직후, 그 지옥에서 남긴 말은 위로가 된다.

 

나비는 꽃이 쓴 글씨

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

나풀나풀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

아슬한 탈선의 필적

저 활자는 단 한줄인데

나는 번번이 놓쳐버려

처음부터 읽고 다시 읽고

나비를 정독하다, 문득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울퉁불퉁하게 때로는 결없이

다듬다가 공중에서 지워지는 글씨

나비를 천천히 펴서 읽고 접을 때

수줍게 돋는 푸른 동사들

나비는 꽃이 읽는 글씨

육필의 경치를 기웃거릴 때

바람이 훔쳐가는 글씨(나비를 읽는 법, 박지웅, 전문)

 

세상을 읽는 법은 이렇게 답이 없다.

답,답,한 세상은

답이 없다.

 

그렇지만, 직선이 아니라도

그 나풀거림의 시어 속에서

답,답이 필요 없음을,

어차피 삶은 답이 없는 문제였음을 알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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