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인문학 -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시민으로 키우기 위해 교사들이 던져야 할 8가지 질문
실천적 생각발명 그룹 시민행성 기획, 황현산 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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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근대 자본주의의 온갖 폐해를 가득 안고 있다.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은 온존하고 있으며,

조선을 거쳐 강화된 시험만능주의가 팽배하게 되었고,

갈수록 불안해지는 사회는 학교를 지옥으로 만든다.

 

거기서 살아가는 학생들도 힘들지만,

철학없이 휘둘리기 쉬운 교사들도 힘겹게 하루를 넘긴다.

철학과는 상관없이 즉물적인 아이들과 부딪치는 접점에서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신경전을 벌이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철학을 가진다면,

그럴 때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으리라.

신경전에서 이기겠다는 생각을 조금 버릴 수도 있겠다.

 

교육의 그물망. 중심에 복속되는 질서가 아니라,

모든 개체들이 동등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생태주의적 그물망.

이 그물망 속에서는 그물코가 동등(37)

 

교사로 출발했던 나희덕의 고민은 다른 사람보다 실질적이다.

가르칠 교 敎라는 한자에 그물망의 의미를 확장시켜

인간 관계의 확산을 기하는 사고는 의미있다.

 

랑시에르는 <무지한 스승>에서

무지보다 무시가 더 큰 해악이...

학생이 자신을 무시하고...

사람은 누구나 평등한 지적 능력을 타고 났다는 것.(39)

 

진정한 의미에서 무지한 스승은

학생의 잠재력을 무한히 신뢰하고

그 잠재력이 특정 시기와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발현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46)

 

무지한 스승이란 말이 좋다.

아는 체하면서 무시하는 사람은 스승이 아니다.

겸손하면서 신뢰하는 사람,

잠재력의 발현을 기다리는 사람.

드문 인격의 스승이겠다.

 

인문의 반대는 '야만'

'인간답다'는 말의 반대어가 '짐승 같다'라면,

지금 같은 물신적 사회에서는 '기계 같다'는 말이 더 적절.(67)

 

인문학 열풍이 스펙으로 이어지는 불행한 사회가 된 것은 왜 일까?

전근대 사회가 야만의 계급사회였다면

현대사회는 기계같은 믿음에 근거한 사회라는 지적은 서늘하다.

 

창조성의 핵심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현존하는 사물세계의 오류를 바로잡고 보다 정확히 보는 능력(72)

 

인문학적 창의력은

물질적인 창조보다

사회를 더 올바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이 강조되어야 하는 지점이 그런 곳인데,

인문학조차 기계적으로 수치화되어 스펙으로 측정하려는 창의적 사고는 대단하다.

도대체 세상 어느 나라에,

아이들의 생활기록부에 독서 기록을 적도록 되어있을까?

 

역사가와 시인의 차이점은

역사가는 실제를 이야기하고

시인은 일어날 법한 일을 이야기한다는 것.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중요하다.

시는 보편적을 말하는 경향이 많고,

이것은 어떤 개연적 필연적 말과 행동을 설명하니까.(84)

 

문학의 역할은

구체적 삶을 통한 사고가 가능하게 한다.

철학적이고 보편적인 사고를 통해 세계를 더 따스한 눈으로 보게 한다.

학교가 사회에 필요한 기관이 되기를 바란다.

 

타인에 대한 배제와 폭력.

우파는 좌파를 빨갱이와 불순분자로 타자화하여 폭력을 가하면서 동일성을 강화하고

그 안에서 안정을 누리며 집단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속성을.

동일성이 형성되는 순간

세계는 동일성의 영토로 들어온 것과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뉩니다.

동일성은 차이를 포섭하여 이를 없애거나 없는 것처럼 꾸밉니다.

동일성은 인종, 종교, 이데올로기,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분리해 타자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타자로 구분한 이들을 편견으로 바라보며 배제하고

이에 폭력을 행사하며 동일성을 유지하거나 강화합니다.

반대로 주류의 동일성에 의해 타자화한 개인이나 집단은

삶의 활력을 잃고 자기실현을 하지 못하며 주눅이 듭니다.(127)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학을 나온 사람은 아닌 사람을 배제하고,

전라도를 배제하고,

빨갱이를, 좌빨을, 종북을 배제해 온 현대사.

그들이 왜 죽창에 태극기를 매달고

계엄을 부르짖으며 교회를 동원하는지 잘 보여준다.

 

탄핵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죽기 직전 단말마의 떠는 모습이 더 처절한 것은 또 당연하다.

내일이 탄핵일이다.

 

한국의 교사들, 예비교사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아울러 이 답답한 교실 환경을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함께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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