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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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단편집이다.

표제작 최순덕~을 처음 찾아 읽었는데,

성경 구절처럼 2단 인쇄 그리고 구절앞에 장구 번호까지 붙인 뒤,

모자라는 인간의 종교 세계를 그리고 있다.

어쩌면 태극기 흔드는 교회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맹목적이고 광신도적인 성령 충만한 괴물들....

 

여기부터 다양한 밑바닥 인생들의 해학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ㅋㅋ 거리면서 웃으며 읽다가도,

타도 노태우 시절의 최루탄 가득한 구호를 읽노라면 숙연해지기도 한다.

 

보도방을 그린 '버니'나

시봉이의 옆에서 본 저 '고백 같은 이야기'는 밑바닥 인생들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머리칼 전언'이나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의 판타지는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환상적 리얼리즘에 녹여낸다.

'백미러 사나이'나 '간첩이 다녀가셨다'에서는 시대에 비추어진 모습이 뒤틀려 해학적으로 그려진다.

 

이기호,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생각들을 채집하고 싶다.

재미있는 생각이 가득한 작가인데,

사실 이런 것을 소설로 엮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시대의 밑바닥도 좀 지속적으로 그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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