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LA LA Land를 봤다.

 

라라랜드는 '로스엔젤레스 스타일'이라는 뜻이란다.

 

 

영화와 드리밍의 도시 LA에서

배우와 재즈를 꿈꾸는 자들이 사랑과 낭만 이야기다.

 

그 도시에 살아보지 않은 나로서는 궁금하지만,

아마도 그 도시 사람들로서는 LA에 바치는 오마주로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City of Stars...라는 음악 역시 스타들이 횡행하는 도시에서 스타 되는 꿈을 꾸는 이야기...가 되겠다.

 

마지막 부분에서 두 가지 컨셉의 스토리가 등장한다.

미아가 셉과 결혼했더라면...이라는 '어바웃 타임' 류의 반전 스토리랄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단 한번뿐인 생.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일부터 새학기가 시작된다.

요즘 아이들은 그들대로 나름 힘든 삶을 영위한다.

맥없이 앉은 아이들에게 왜 의욕이 없냐 물으면 시간이 하염없이 길단다.

그래서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아이들도 많다.

아마도... 희망이 없어서 지금 열정을 쏟을 대상을 찾지 못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교육의 실패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시간을 철학적 관점에서 볼 수도 있음을 알려 준다.

주인공 아이의 닉넴도 크로노스다.

 

크로노스는 오른손에는 모래시계를 왼손에는 반월도를 잡고...

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를 반월도로 거세하고 제 능력보다 뛰어난 아들을 핏덩이째 심장부터 삼키는 신이다.

시간이란 그렇게 가차없다는 뜻일까?(42)

 

시간에 대한 작가의 관념은 들뢰즈의 철학에서 배운 것이라 한다.

 

현재란 결국 과거가 되어버리는 점과 같은 것이 아니다.

 

현재른 이미 언제나 현재와 과거의 복합체이고 결정체이다.

 

기억을 단순히 지나간 약한 지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과 다른 것으로 고찰해야 한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각인, 잔상이 아니다.

무한한 과거의 연쇄와 상호 침투이다.

 

지속으로 생동하는 시간에서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현재가 아니며,

현재는 결코 과거와 단절되어 있지 않다.

현재와 과거는 절대로 동시적이며,

현재란 상호 침투하고 상호 연쇄하는 잠재적 과거의 집적의 선단이다.(250)

 

결국 현재는 과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래서 좋은 미래를 바라면 현재 아름답게 살아야 하고,

현재의 불행을 과거의 직접 원인으로만 파악할 수도 없는 것이다.

 

시간은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몸에 켜켜이 쌓이는 건지도 모르겠어요.(47)

 

그말을 이렇게 정리해 준다.

 

난 밥먹을 때 말하지 않네.

음식을 먹을 때  아주 맛있게 먹는 것이 내 인생의 철칙이네.

거 잡생각은 떨쳐 내고...(61)

 

선발 집단이던 지난 학교에서 점심 시간에 단어장을 들고 밥먹는 아이들에게 잔소리한 적이 있다.

밥 먹을 때 스트레스 받으면 소화도 안 될 것이니...

그렇지만, 현대인의 삶에서 스트레스가 절대적 분량이라면,

밥먹는 동안이라도 그 스트레스를 이기려 노력하는 것도 한 방식이 될지 모르겠다.

암튼, 사는 거 힘들다.

 

할아버지를 통해 크로노스의 시간 규칙과 다른 것을 배운다.

 

일 분 일 초의 시간을 조각내어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크로노스라면,

할아버지는 카이로스였다.

행과 불행을 가르는 기회의 신으로,

시간 너머, 의미를 관장하는 카이로스.(65)

 

결국 작가가 의도한 바는 이것일 게다.

시간은 크로노스와 함께 차근차근 흐른다.

그렇지만 인생의 행과 불행은 한 순간 한 순간을 잘 산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의미를 찾는 것은 짧은 시간에 올 수도 있고,

한 마디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가지고 살 수도 있다.

 

방황의 시간처럼 무의미해보이는 시간도 배움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는 일이다.

결국 '태도'의 문제가 아니겠나 싶다.

 

청소년들에게 시간에 대하여,

그리고 지금 안고 있는 문제의 무게에 대하여 고민하게 하는 소설이다.

청소년들의 시선에 맞추었다고는 하는데,

글쎄다, 청소년들의 시선이라고 비슷한 것만도 아니다.

 

아무튼, 꼴통들이 모여서 행복한 결말을 짓는, 평이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았다.

 

 

64. 등골이 송연해졌다...는 어색하다.  모골이 송연하다... 또는 등골이 오싹하다... 이렇게 쓰인다. 아마 모골이 송연하다의 착각일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