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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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간의 갈등과 조화를 evony & ibory라는 노래가 있었다.

상아색과 흑단빛으로 이루어진 피아노의 건반은 서로 다른 빛이지만 조화를 이룬다는 노래.

 

그 노래만큼이나 양털의 펠트로 만든 망치와 강철로 이뤄진 현은 다르지만 협조한다.

피아노의 음률보다 물리적인 피아노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 조율사의 이야기다.

 

우연히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만난 조율사로부터 피아노 조율하는 소리를 만나고,

그 과정에서 숲을 떠올리는 주인공 소년.

조율사 과정을 마치고 조율사가 되었으나 <인생은 실전>이었다.

 

그렇지만 인생은 실전, 줄여서 <인실>이 남을 골탕먹일 때 쓰는 말인 용례와는 달리,

조율사로서 소년은 차근차근 자기 길을 열어 나간다.

누구나 처음에는 초보인 시절이 있는 법인 게다.

아마도, 양과 강철의 숲에서, 그는 아름다움도, 좋음도 모두 만나는 좋은 조율사가 되었으리라.

 

고대 중국에서는 양이 사물의 기준이었대요.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어서 선 善 하고 아름답다 美 고요.

그건 우리 모두가 항상 진지하게 추구하는 가치잖아요.

선함도 아름다움도 원래 양이었다고 생각하면,

아아, 우리가 찾고 있던 것은 처음부터 피아노 안에 있었어요.(272)

 

선과 미에는 모두 '양 羊'  자가 들어있다.

 

뭐 우리는 440헤르츠를 추구할지 몰라도

고객이 바라는 건 440헤르치가 아니라

아름다운 라 음일 뿐이야.

피아노는 한 대 한 대 다 다른데

소리는 서로 연결되어 주파수로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도 들어요.(116)

 

이렇게 간혹 철학적인 대화도 오가는데,

어떤 직업의 세계도 곰곰 살펴보면 이런 철학적 멘토를 만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장인정신 같은 것의 아름다움을 작가는 쓰고 싶었을 게다.

 

어떤 음악이든 작곡가가 추구하는 바와 연주자가 재생하는 바는 다를 수 있다.

음악은 어차피 1회성이니까.

그것을 녹음한들 영원할 수는 없는 게다.

 

조율사의 세계를 통해,

사람들 사이의 간격과 그 간격의 바람직한 거리를 생각하게 한다.

읽는 일이 참 행복한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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