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 지로 상.하 세트 - 전2권 카르페디엠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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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무라 고진의 <지로 이야기>는 무척 긴 소설이다.

말썽꾸러기 지로는 중학교에서 친구와 아사쿠라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자유의 정신을 배운다.

결국 아사쿠라 선생님의 해직에 저항하다 퇴학당하고 청년 운동을 하는 등의 이야기인데...

 

군국주의 시절,

자유분방한 삶에 대하여,

그리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줄 철학적 메시지를 담기 위하여 쓴 이야기이다.

원본이 너무 길어 어린이들에게는 좀 무리라 생각하여 이 책은 어린 시절만 간략하게 담은 판본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작가가 하고 싶었던 깊은 이야기는 나오기 전에 중동무이된 느낌이 든다.

 

세상에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결코 없다.

아무리 못된 사람일지라도 우리가 그를 착하다고 믿어주는 순간,

그는 정말로 착한 사람이 된다.

오하마는 지로가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자 실제로도 지로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가 되었다.

하지만 오타미는 지로가 나쁜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로는 정말 나쁜 아이가 되어 버렸다.(상, 131)

 

새 학기면 다시 학교를 옮겨 올해도 3학년을 맡게 되었다.

지난 4년 근무한 학교는 선발 집단이어서 아무래도 성적도 좋고 아이들도 순했는데,

새 학교는 일반교여서 아무래도 다루기 곤란한 아이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런 시점에 만난 지로는 나에게 사소하지마 중요한 것을 가르쳐 준다.

고맙다, 지로.

 

다른 사람의 행복을 기뻐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커져갔다.(170)

 

성장이란 그런 것이다.

이 책에서 지로를 성가셔하는 친어머니 오타미와 친할머니가 등장한다.

그렇지만, 지로는 결국 마음을 넓혀 나간다는 스토리이다.

자유분방한 사고 방식을 내세우면서도,

개인주의보다는 서로 화합하는 '和'를 이야기하는 것이

계몽주의 근대의 일본 소설답다.

 

새 학교가 생기면서 소사일을 하던 오마하 엄마와 이별하는 지로.

그 마음이 묘사되는 부분이 아름답다.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조용해진 교실과 복도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가시밭을 걸어가득 조심조심 걸었다.

간혹 돌을 밟아 소리가 나면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서 버렸다.

부서진 벽 틈을 비집고 들어온 가을볕조차 더욱 처량하게 보였다.

'오마하 엄마는 이제 여기 없어.'

그 생각은 물이기나 한 듯이 가슴속을 지나 온몸으로 번지기 시작하더니 눈에 이르러서는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먼지투성이가 된 마룻바닥에 눈물이 떨어지면서

작은 얼룩들이 어지럽게 번져갔다.(319)

 

마음을 행동으로 묘사하라.

저릿한 지로의 안타까움이 잘 느껴지는 묘사다.

 

가난해진 혼다 가문은 상업을 하고 집과 가보를 판다.

그때 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혼다 가에선 말이야.

아주 옛날부터 조상님들이 한 가지 결심을 했단다.

그건 어떤 상황에서도 비겁한 짓은 하지 않겠다는 맹세였어.

비겁한 짓을 하지 않겠다는 건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뜻이 아니야.

그건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면 제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인거야.

이것에 우리 집안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이란다.(하, 86)

 

그러나, 이 시절 군국주의 일본은 비겁한 짓을 많이 저질렀다.

현대판 대한민국에서도 국정역사교과서는 비겁한 책이다.

그것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연구학교'라는 꼼수를 쓰고 있는데,

결국 전국에서 1개교가 연구학교로 남아있으나, 그 학교 학생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비겁한 짓에 저항할 수 있는 시대는 그나마 살 만하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은

상대방이 누가 됐든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야.(124)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말도 있으나,

진심은 닿을 것이다.

 

사람을 구별해선 안 돼.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도 미워해선 안 돼.

누구와 있든 그 사람을 좋아해 주고 도와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자기 마음속에 싫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단다.(125)

 

계몽적이어서 좀 시시하긴 하지만,

일본의 정신으로 내세우려 한 근대의 기풍이 느껴진다.

 

누구한테든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야 하는 거야.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은

절대로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단다. (172)

 

성장 소설에 담길 법한 이야기여서 반복적으로 되풀이되기도 하지만,

새 학기에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 나로서도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 '뜬숯'(240)이라는 단어를 만났다.

어린송아지가 뜬숯위에 앉아 울고 있어요~ 하는 노래에 등장하는 단어인데,

'장작을 때고 난 뒤에 꺼서 만든 숯. 또는 피었던 참숯을 다시 꺼 놓은 숯.'이라는 뜻이다.

보통 우리가 만드는 숯이 뜬숯이다.

 

'도련님'의 세대에서

'생각하는 주체'로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이런 훌륭한 책은 그렇지만, 국가의 경영에는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도 일본은 엉망이 나라로 경제 동물 소리를 듣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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