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현대지도자
서중석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배웠던 한국 현대사에는 이승만 대통령, 김일성(나쁜 의미의) 수령, 박정희 대통령, 통일의 선구자 백범 김구 선생...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대학 들어가서 처음 읽은 '해방 전후사의 인식'에서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여운형> <김규식> 등이 등장해서 김구나 이승만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맡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결국 이승만은 나쁜 놈이었다.

박정희로 들어가면 장준하가 등장하는데, 박정희의 무덤에 침을 뱉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그에 대해서도 잘 몰랐으며, 조봉암에 대해서는 정말 알기 어려운 것이었다.

조각조각 삐뚤어진 역사 지식을 퍼즐 맞추듯 짜맞추곤 있지만, 아직도 내 머릿속에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이 많다.

이 책에선 여운형, 김규식, 김구, 조봉암, 장준하에 대해서 깊진 않지만, 많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익히 알고 있던 인종들이라서 이 책에선 새로울 건 없었다.

건국 준비에 앞장섰던 여운형과, 남북 분단을 막아 보려던 김규식 선생을 읽으면서, 역사에서 <만일~>을 대입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구 선생의 초기 우익적 행동은 그의 '백범일지'에서 읽을 수 있던 방향성 없음을 느끼게도 한다.

이즈음 미국이 악랄하게 드러내는 신 식민주의, 신 자유주의 신 보수주의, 신 제국주의 속셈을 이미 수십 년 전에 간파한 사람들이 모두 제거되는 역사는 비극 그 자체였다.

특히, 조봉암의 사회민주주의와 진보당, 민족의 길을 보여준 제 3의 길을 제약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외 환경은 한반도에 내려진 저주의 그림자로 비쳐진다.

장준하가 우익 필진으로 시작했단 것도 새롭다면 새롭다.

아직도 <지역 의식> <색깔론>으로 일컬어지는 한반도 특유의 [냉전 구도]는 언제든지 한국 정치에 <괴물>을 등장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 눈에는 너무도 선연히 보이는 식민지 침탈의 한미 FTA 협정을 두고, 지켜보자는 둥, 실익을 노릴 수 있다는 둥, <중립>을 지키는 듯이 보이는 자들은, 이미 식민주의자들의 편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중립을 표방하는 자들에겐 항상 기득권이 있어왔던 것이 역사의 진실이었으니 말이다.
방패에 찍히고, 깨지는 민중의 목소리가 언제 그른 적 있었던가?
아웃사이더들의 비명이 진실로 밝혀 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협정에 관한 비밀을 3년간 지키고, 향후 50-70년간 영향력을 미칠 중요한 협정을 정부에 맡겨 두라는 속편한 사람이라면... 참 좋겠다.
내가 이승만 박사를 최고의 민족 지도자로 여기고,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에 눈물 흘리는 바보 멍청이 였으면 차라리 행복하겠다.
장준하, 조봉암 따위 이름은 아예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아직도 박정희의 독재를 기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총독부 건물을 자료관으로 남길 생각도 못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서울 시청을 멀쩡하게 잘 쓰고 있는 사람들.
왠지 온통 모순 덩어리로 보이는 기득권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제 나라를 미국으로 합치려는가?하고.

이 책의 단점은 사 보기엔 지나치게 비싸단 거다. 하드 커버에 1만7천원. 나같은 곁다리 독자들은 도서관에서 아니면 절대 사보지 않을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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