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평점 :
아버지의 죽음으로 헤매던 여성이 참매 기르기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책이 나왔을 때 광고가 많았던 데 비해, 이야기는 너무 자세했다. 그래서 읽는 데 오래 걸렸다.
매사냥은 나를 인간이라는 사실의 끝자락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 지점을 지나서 인간이 아닌 어딘가로 나를 데려갔다.
비행하는 매,
매를 쫓아서 달리는 나,
깊고 구불구불한 무늬를 이루는 땅과 하늘이
과거나 미래 같은 것을 철저히 차단해서,
앞으로 30초만 중요할 따름이었다.(309)
이런 깨달음은 경전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메이블도 죽는다.
이 책의 마지막 역시 쓸쓸하다.
아버지가 떠난 후 이 세상에서 나는 법을 가르쳐 준 나의 아름다운 참매 메이블은,
아스페르길루스에 감염되어 사라지고 죽은 것들이 사는 어두운 숲으로 옮겨졌다.
지금, 메이블이 많이 그립다.(445)
어떤 이유에서든 살면서 사랑에 빠진다.
그렇지만 그 사랑은 영원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서 괴로운 법이니...
사랑으로 사랑을 잊으려는 일은 어리석다.
매의 기분은 병적이었다.
참매는 도무지 합리적이지 않았다.(185)
아마, 반려동물로서는 최악의 파트너가 아닐까 싶다.
'메이블'이라는 사랑스럽다, 귀엽다는 뜻의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게,
길가에서 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자들은 늘 '아웃사이더'였단다.
그렇지만 매를 기르면서 쓴 기록은 인간의 고독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매는 내가 되고 싶은 모든 것이었다.
혼자이고 냉정하며, 슬픔에서 자유롭고, 인생사의 아픔에 둔했다.(142)
글쎄다. 이 책을 읽어본다면, 작가가 반드시 그러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런 자세를 배우려는 마음은 읽힌다.
나는 아예 보이지 않게 되어야만 한다. 한번 상상해 보기를...
당신은 어두운 방에서 주먹에 매를 얹고 앉아있다.
매는 움직이지 못하고, 최대한 잡아당긴 새총처럼 흔분하고 긴장한 상태.
매의 커다란 가시같은 발 밑에 날고기가 놓여있다.
나는 매로 하여금 내가 아니라 고깃점을 보게 하려고 애쓰는 중.
쳐다보지 않아도 매의 시선이 겁에 질린 채
내 옆모습에 쏠려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매가 눈을 깜박일 때 나는 촉촉한 턱- 턱- 턱 소리 뿐이다.(114)
참 섬세한 관찰이고,
저 촉촉한 턱턱,소리로 매와 화자 사이의 긴장이 그대로 전달된다.
아픔을 이기는 법의 하나의 기록이다.
큰 아픔을 닥친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